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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그린플레이션’…비수기인데 가격 440% 폭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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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해외 LNG 현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주택가에 설치한 가스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해외 LNG 현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사진은 주택가에 설치한 가스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난방용 연료로 많이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인 데다 겨울을 앞두고 미리 에너지원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겹쳤다.

7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가스공사가 해외 시장에서 사들인 LNG의 현물 가격은 t당 평균 812.49달러였다. 1년 전(t당 150.41달러)과 비교하면 440% 상승했다.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LNG 가격은 겨울에는 올랐다가 다른 계절에는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난달은 난방용 연료의 비수기였는데도 LNG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LNG는 전량 수입한다. 수입 물량의 대부분은 장기 고정 계약으로 들여온다. 현물 가격으로 구매하는 LNG 물량은 많지 않다는 얘기다. 따라서 해외 시장에서 LNG 현물 가격의 급등이 당장 국내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물 가격이 계속 오르면 장기 고정 계약에도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시장에서 LNG 수요는 날씨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2월은 예년보다 상당히 추웠다. 당시 가스공사가 구매한 LNG 현물 물량은 242만2315t, 금액으로는 2조7322억원이었다. 지난 2월 LNG 현물 물량을 지난해 2월(99만8558t)과 비교하면 142%, 2019년 2월(22만7622t)과 비교하면 964% 증가했다.

북반구에 겨울이 오면 난방용 LNG 수요는 일제히 증가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겨울 에너지 대란의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최근 석탄 사용량을 줄이는 중국까지 LNG 등 가스전 확보에 나선 상황”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LNG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가스공사는 장기 계약 물량이 많아 현물가 상승에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민간 발전회사는 현물가로 사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LNG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정책의 영향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에너지원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 풍력·태양광 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공급은 아직 충분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LNG가 석탄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도 LNG 발전을 늘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9차 에너지수급기본계획을 내놨다. 2034년까지 석탄 화력발전 30기(15.4GW)를 폐지하는 대신 LNG 발전 24기(12.7GW)로 전환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계획이다. 탈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상황에선 LNG 발전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안정적이고 값싼 에너지 공급을 위해서라도 원전 비중을 줄이고 LNG 발전을 늘리는 정부 정책을 재고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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