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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호텔선 되레 "마스크 벗어라"…해외여행 빗장 푼 비결[현지 르포]

중앙일보

입력

10월 1일 스위스 루체른의 카펠교 앞을 오가는 수많은 인파의 모습. 마스크 한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스위스 정부는 6월 26일 야외 마스크 의무 규정을 해제했다. 카펠교는 코로나 사태 이전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줄 서서 기념사진을 찍던 명소다. 백종현 기자

10월 1일 스위스 루체른의 카펠교 앞을 오가는 수많은 인파의 모습. 마스크 한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스위스 정부는 6월 26일 야외 마스크 의무 규정을 해제했다. 카펠교는 코로나 사태 이전 한국인 단체 여행객이 줄 서서 기념사진을 찍던 명소다. 백종현 기자

해외여행이 현실로 다가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억눌렸던 여행 욕구가 폭발하고 있다. 트래블 버블 협정을 맺은 사이판을 비롯해 프랑스, 미국의 괌과 하와이 등 세계 주요 관광지가 문을 열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9월부터 몇몇 한국 여행사가 패키지여행을 가동했다. 중앙일보는 10월 1일 스위스에 들어갔다. 위드 코로나 시대, 혹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해외여행법을 현장에서 전하기 위해서다.

스위스 들어가기

10월 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분주한 모습. 백종현 기자

10월 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의 분주한 모습. 백종현 기자

1일 오전 0시 50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스위스 취리히행 비행기에 올랐다. 잠잠한 인천공항과 달리, 암스테르담과 취리히의 공항은 여행자들로 북적북적했다. 2년 만에 입국심사대에 섰는데, 출입국 도장을 받는 건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여권과 백신 접종 증명서를 보여주자 곧장 게이트가 열렸다.

스위스는 5월 31일 해외 입국자 제한 조치를 크게 완화했다. 백신 접종 완료자라면 PCR 테스트나 격리 없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이번 여행은 스위스 중앙의 루체른과 서부 몽트뢰를 중심으로 여행 루트를 짰다. 코로나 이전 한국인 여행자가 즐겨 찾던 지역의 오늘이 궁금해서였다.

리기 산 중턱의 칼더바트 호텔 야외 스파에서 알프스를 내다보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스위스에서는 스파나 수영장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백종현 기자

리기 산 중턱의 칼더바트 호텔 야외 스파에서 알프스를 내다보며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스위스에서는 스파나 수영장에서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백종현 기자

그곳에 마스크는 없었다

루체른 로이스 강변의 청춘들. 코로나 인증 과정이 필요한 실내보다 노천 카페나 강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이 보였다. 백종현 기자

루체른 로이스 강변의 청춘들. 코로나 인증 과정이 필요한 실내보다 노천 카페나 강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이 보였다. 백종현 기자

취리히공항에서 루체른까지는 열차로 대략 1시간 거리다. 루체른은 스위스 패키지여행 상품의 오랜 단골 코스지만, 팬더믹 이후 한국인의 발길이 완전히 끊겼다.

루체른 거리의 풍경은 여러모로 놀라웠다. 일단 맨얼굴을 드러낸 수많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마스크 차림의 행인을 찾는 게 더 어려웠다. 어느 가게든 실내는 한적하고 노천 좌석은 만원이었다. 스위스는 6월 26일부터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 해제했다. 야외에 앉으면 마스크도 백신 접종 인증도 필요 없었다.

실내시설에서도 백신 접종 확인 절차가 끝나면 마스크를 벗어도 무방했다. 한 호텔 뷔페 레스토랑과 미술관에서는 되레 “마스크를 벗어 달라”는 직원의 요청을 받기도 했다. “입장 후에도 계속 마스크를 하고 있으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스위스가 마스크에 관대할 수 있는 건, 백신을 맞아서다. 10월 현재 인구 859만 명 가운데 58.7%가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다. 스위스 정부는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강구책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10일부터 적용하는 PCR 테스트 유료화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그때그때 180스위스프랑(약 23만원)을 내고 테스트를 받아야 식당이든, 호텔이든 들어갈 수 있다.

다시 기지개 켜는 알프스 관광

루체른과 비츠나우를 오가는 여객선. 오전 9시부터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야외 자리부터 좌석이 찼다. 백종현 기자

루체른과 비츠나우를 오가는 여객선. 오전 9시부터 많은 관광객이 몰렸다.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야외 자리부터 좌석이 찼다. 백종현 기자

스위스는 지난겨울 고난의 시절을 보냈다. 변이 바이러스가 유럽을 강타하면서 1~2월 스위스 전역이 락다운에 들어갔다. 식당‧카페 등을 정상화한 것은 6월에 들어서다. 지난해 한때 9000명에 이르던 신규 확진자 수가 이제는 세 자릿수 아래를 넘보고 있다.

루체른에서 16년째 거주 중인 가이드 변미경씨는 “2년째 손님을 받지 못했는데, 요즘 문의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루체른의 랜드마크 카펠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유럽인 단체여행객을 몇 차례 목격했다. 하나같이 마스크가 없었고, 웃는 얼굴이었다.

리기 산에는 산악 열차와 케이블카가 놓여 있어 어린이나 어르신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다. 백종현 기자

리기 산에는 산악 열차와 케이블카가 놓여 있어 어린이나 어르신도 부담없이 오를 수 있다. 백종현 기자

스위스는 국토 대부분이 알프스에 걸쳐 있고, 레저‧액티비티 등 관광 기반이 워낙 탄탄하다. 우리네 제주도와 강원도가 그랬던 것처럼 스위스의 자연 친화적 관광지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었다.

1871년 유럽 최초로 산악철도가 깔린 리기 산(1798m). 그곳으로 가는 여객선과 산악열차는 오전 9시부터 빈자리가 많지 않았다. MTB족과 트레킹족, 아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객이 교대로 정상을 찍고 내려갔고, 이따금 패러글라이더가 비상했다. 리기 산악열차의 마케팅 담당 셀리나 버멧은 “90만 명이었던 한 해 관광객이 작년에 절반 가까이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꾸준히 관광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상 인근 무료 바비큐장에서 간단히 소시지를 구워 먹은 뒤, 알프스가 내다보이는 산중 호텔 노천 스파에 몸을 뉘었다.

스위스 몽트뢰 레만 호수변의 프레디 머큐리 동상. 이곳의 랜드마크이자, 전 세계 여행자가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장소다. 백종현 기자

스위스 몽트뢰 레만 호수변의 프레디 머큐리 동상. 이곳의 랜드마크이자, 전 세계 여행자가 기념사진을 찍고 가는 장소다. 백종현 기자

스위스의 인원 제한은 꽤 느슨한 편이었다. 실내에서는 30명, 실외에서는 50명까지 사적 모임을 허용하기에 단체 여행에도 무리가 없었다. 행사도 1000명 이하가 모이는 규모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위스에서 처음 접한 현지 뉴스도 ‘취리히 영화제’가 정상 개막해 열흘간 10만 명이 다녀갔다는 소식이었다. 53년 만에 처음 문을 닫았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도 7월 재개했다. 군델리나 퀘네 몽트뢰 현지 가이드는 “12월 한 달간 성대하게 열리던 크리스마스 마켓도 작년엔 열지 못했다. 올 크리스마스는 분위기가 다를 것 같다”고 기대했다.

지난해 소셜미디어에는 몽트뢰의 상징 프레디 머큐리 동상에 마스크를 씌운 사진이 한동안 떠돌아다녔다. 마스크는 이제 사라졌다. 머큐리의 포즈를 따라 하며 기념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행렬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스위스 산악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마스크 차림의 탑승객들.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지만, 기차·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마스크가 필수다. 12세 미만 어린이는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백종현 기자

스위스 산악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마스크 차림의 탑승객들.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지만, 기차·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마스크가 필수다. 12세 미만 어린이는 마스크를 하지 않아도 된다. 백종현 기자

여행정보

스위스 지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스위스 지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백신 미접종자도 스위스 입국은 가능하다. 다만, 식당·박물관 등 실내 시설에 출입하려면 영문 백신 접종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25일부터는 스위스 정부가 발행하는 코로나 인증서가 필수다. 귀국 전후 PCR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백신 접종자는 자가 격리가 필요 없다. 야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자유롭지만, 실내 시설을 입장할 땐 마스크가 있어야 한다. 인증 후 실내에 들어가면 벗어도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한다. 스위스 트래블 패스가 있으면 철도·버스·유람선 등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하다. 4일권(이등석) 어른 기준 281스위스프랑(약 35만원). 자세한 내용은 스위스정부관광청(myswitzerland.com/ko)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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