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입 먹어보시게…젓갈·튀김에 빵까지 나온 ‘칠게의 무한도전’

중앙일보

입력 2021.10.04 05:01

칠게튀김. 전남 순천 한정식집 '신화정'의 요리다. 남도 갯마을 집마다 해먹던 음식이 고급 메뉴로 거듭났다.

칠게튀김. 전남 순천 한정식집 '신화정'의 요리다. 남도 갯마을 집마다 해먹던 음식이 고급 메뉴로 거듭났다.

칠게를 아시는지. 대게도, 꽃게도 아니고 칠게? 칠게는 한국인과 가장 친숙한 게다. 갯벌의 진짜 주인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갯벌에서 가장 흔한 저서동물(낮은 곳에 사는 동물)이 칠게여서다. 물 빠진 갯벌, 멀리서 꼼지락거리는 미동의 주인공 대부분이 칠게다. 반가워 다가서면 구멍 안으로 쏙 숨는다. 칠게는 20m 거리의 기척도 감지한다고 한다. 갯벌에 칠게가 흔하다는 건, 갯벌이 건강하다는 뜻이다. 칠게는 진흙에 붙은 미생물을 먹고 살고, 그 칠게를 낙지가 먹고 산다.

칠게는 건간망으로 잡는다. 사진에서 막대기 사이에 친 그물이 건간망이다. 갯벌에 물이 빠지면 건간망에 걸린 칠게를 건져낸다. 전남 순천 와온해변에서 촬영했다.

칠게는 건간망으로 잡는다. 사진에서 막대기 사이에 친 그물이 건간망이다. 갯벌에 물이 빠지면 건간망에 걸린 칠게를 건져낸다. 전남 순천 와온해변에서 촬영했다.

예부터 갯마을에선 칠게를 잡아다 먹었다. 다 커봐야 3∼4㎝가 전부인 이 조그만 놈이 뭐 먹을 게 있을까 싶지만, 갯마을 밥상에 오르는 칠게 반찬은 의외로 종류가 꽤 된다. 워낙 흔하다 보니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된 게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전남 순천만 갯벌에서 칠게 음식을 맛봤다. 대게만큼 귀하지도, 꽃게만큼 크지도 않지만, 맛만큼은 빠지지 않았다.

게장과 젓국

갯벌에서 칠게를 촬영하려면 꼼짝도 안 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갯벌에서 칠게를 촬영하려면 꼼짝도 안 하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칠게는 건간망으로 잡는다. 갯벌에 막대기를 박고 친 그물을 건간망이라 한다. 칠게는 봄에서 가을까지 잡는다. 순천시 별랑면 거차리 김만석(68) 어촌계장은 “여름이면 하루에 100㎏ 잡기도 한다”며 “7월에 잡은 게 제일 맛있어 칠게라 부른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칠게는 이름도 많다. 전남 갯마을에선 ‘서렁기’라 불리고, 충남 서해안 갯마을에선 ‘능쟁이(능젱이)’라고 한다. 가장 전통적인 칠게 조리법이 젓갈인데, 전남 신안 섬마을에선 칠게젓을 ‘기젓국’이라 한단다.

칠게로 만든 젓갈. 사진은 신화정에서 2년 숙성한 칠게로 만든 젓갈이다. 짜지 않고 부드럽다.

칠게로 만든 젓갈. 사진은 신화정에서 2년 숙성한 칠게로 만든 젓갈이다. 짜지 않고 부드럽다.

칠게젓은 칠게장이라고도 하는데, 입자가 곱다. 칠게를 빻거나 갈아 젓갈을 담가서다. 뜨순 밥에 쓱쓱 비벼 먹으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고기를 구워 먹을 때 쌈장처럼 찍어 먹어도 좋다. 옛날 갯마을에선 집마다 밑반찬처럼 나왔는데,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이어서 요즘엔 잘 안 한단다. 순천 한정식집 ‘신화정’은 2년 숙성한 칠게로 젓갈을 만든다. 짜지 않았고, 식감이 부드러웠다. 김미자(59) 대표는 “칠게장은 비빔밥에 고추장 대신 넣어도 좋고, 라면 끓일 때 넣어도 맛이 확 산다”고 말했다.

칠게로 만든 간장게장. 남도 갯마을에서 흔하게 해먹던 반찬이다. 껍질이 연해 통째로 씹어 먹는다.

칠게로 만든 간장게장. 남도 갯마을에서 흔하게 해먹던 반찬이다. 껍질이 연해 통째로 씹어 먹는다.

젓갈과 함께 가장 흔한 조리법이 게장이다. 칠게젓과 달리 칠게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다. 게장은 꽃게나 참게로 만드는 간장게장과 똑같다. 다만 칠게는 작아서 통째로 씹어 먹는다. 껍질이 약한 데다 이미 삭아서 거부감 없이 씹어 먹을 수 있다. 칠게장이든 꽃게장이든 돌게장이든, 세상의 게장은 다 밥도둑이다. 칠게장은 껍데기가 얇아 담근 지 열흘 안에 먹어야 한다.

튀김과 빵

서울 고급 일식점에서 나온 칠게튀김 요리. 요즘엔 서울에서도 칠게튀김이 나오는 식당이 많다.

서울 고급 일식점에서 나온 칠게튀김 요리. 요즘엔 서울에서도 칠게튀김이 나오는 식당이 많다.

최근 들어 뜬 칠게 요리가 있다. 칠게 튀김이다. 남도 갯마을에선 집에서 수시로 해 먹는 간식이었고, 읍내 시장에서도 칠게를 튀겨 판다. 옛날엔 튀김보다 볶음에 가까웠다. 식용유가 귀해서였다. 돼지기름에 자작자작 볶으면, 반찬도 되고 안주도 되고 아이들 주전부리에도 그만이었다.

요즘엔 서울의 고급 일식집에서도 칠게 튀김이 나온다. 살짝 장식을 하니 꽤 고급 요리처럼 보인다. 칠게 튀김도 통째로 먹는다. 모양이 그대로 살아있는 게를 와작와작 씹어 먹는 모습이 볼썽사나울 순 있지만, 꿈틀거리는 산낙지를 통째로 삼키는 것보단 낫다. 칠게를 통째로 먹는 건 키토산을 통째로 섭취하는 것과 같다. 요즘엔 칠게를 택배로 받아다 집에서 튀겨 먹는 사람이 부쩍 늘었단다.

순천의 명물 빵 칠게빵. 칠게 모양을 한 데다 칠게 가루를 넣었다.

순천의 명물 빵 칠게빵. 칠게 모양을 한 데다 칠게 가루를 넣었다.

순천에는 칠게빵도 있다. 발명 특허까지 받은 순천의 향토 주전부리다. 붕어빵처럼 생김새만 칠게를 닮은 줄 알았는데, 정말 칠게가 들어있다. 칠게 가루를 쌀가루에 넣어 반죽한다고 한다. 100% 쌀빵이다. 호두과자만 한 크기인데, 한 입 먹었더니 빵에서 ‘새우깡’ 냄새가 났다. 순천만 습지 내부의 순천만쉼터에서 먹어봤다. 갈대 뿌리를 커피 원두와 함께 블랜딩한 커피에 곁들었더니 꽤 먹을 만했다. 허석 순천시장은 “갯벌은 무한한 자연의 보고”라며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갯벌을 활용하는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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