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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힘있는 한국 무시 못한다”/소 외무 이즈베스티야지 기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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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국 수교로 한반도 통일 도움/북한ㆍ제3세계와 전통적 우호 계속 유지
셰바르드나제 소련 외무장관은 2일 소련 정부기관지 이즈베스티야지에 기고,한국과 소련간 외교관계 수립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반도에 남북한이라는 두개의 국가가 존재하는 것은 현실이며 이를 무시하는 것은 부자연스런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노보스티통신이 이즈베스티야지를 인용,보도한 세바르드나제 장관의 기고문중 주요부분을 요약한 것이다.<편집자주>
소련이 한국을 외교적으로 인정하게된 것은 세게 모든 국가들과의 관계발전이라는 소련의 논리,즉 수정ㆍ보완된 대외정책의 기본 원칙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며 이 문제를 거시적 안목에서 전세계,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와 관련지어 취급하고 있다.
평화와 안정의 강화 및 국제협력 확대에 목표를 둔 소련의 아­태지역 정책은 이미 실재하고 있는 정치적 현실에 대한 신중한 고려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이러한 현실이 한국과의 전면적 외교관계 수립을 결정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반도에 남북한이라는 두개의 독립국가와 존재한다는 것은 현실이며 소련은 한국이 아시아에서 정치ㆍ경제ㆍ군사적으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힘 있는 존재로 부상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구나 이러한 현실을 무시한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한 일이다.
알려진대로 소련은 약 2년전 소련 극동지역 경제계의 특별한 관심 속에 한국과 민간차원의 경제ㆍ무역협력을 시작했으며 이러한 접촉이정부간 교류의 교두보가 되고 이를 통한 외교관계의 수립이 경제ㆍ과학ㆍ기술 등 제반분야에서의 한소 협력 확대에 기여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소 외교정상화는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 결과를 양산할 것이라는 것이 소련의 확고한 신념이며 나는 이것이 궁극적으로 한반도의 통일을 달성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나는 남북한정상회담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관계정상화를 향한 큰 진전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남북한 대화의 발전을 환영함은 물론 충분한 타협과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결실을 맺게 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또 지금이 팀스피리트 군사훈련을 폐지할 절호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20여만명의 대병력이 참가하는 이 훈련은 남북한 대화의 안정은 물론 남북 관계 자체를 해치고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기동훈련이 폐지될 경우 한반도의 진정한 군사적 화해 분위기 조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소련은 다른 핵보유국들과 함께 한반도 비핵지대화 보장을 위해 활동할 용의가 있다.
소련은 북한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안전협정에도 조만간 서명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태지역 국가들은 이 지역의 군사대결 완화와 병력축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대화를 하고 있으며 소련도 미일 등 이 지역 다른 국가들과의 계속적인 협상을 원하고 있다.
이같은 대화에 남북한이 참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며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해 이 방법외에 다른 길은 없을 것이다.
또 남북한의 유엔가입 문제도 이러한 대화의 주요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은 남북한의 동시 개별가입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이것이 분단고착화라고 지적하며 「1지역 2대표」 안을 내세우며 남북한이 하나의 국가로 가입해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나는 유엔 가입의 보편적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 소련의 기본 입장임을 재천명하며 한국측의 유엔가입 열망을 이러한 시각에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특수한 경우 남북한이 한반도 상황의 정상화와 궁극적인 통일을 위해 대화를 계속 진행할 경우 최상의 해결책은 양측이 합의한 원칙에 따라 남북한이 유엔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련은 이번 한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에 있어 한소 관계가 북한을 포함,소련과 제3세계 국가간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으며 한국대표와의 접촉과정에서 이 점을 충분히 이해시켰음을 분명히 밝혀둔다.
이것은 한소 공동코뮈니케에 분명히 명시돼 있다.
또 소련은 국제문제에 대한 협력은 물론 한반도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북한과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계속 유지할 것임을 재강조하며 앞으로도 북한과의 상호경제협력 및 문화ㆍ과학ㆍ보건ㆍ체육ㆍ관광분야의 교류증진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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