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독일」 출범/분단 45년 종식/동독 총리등 각료 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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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은 위대한 기쁨의 순간이며/허상의 종말이자 눈물 없는 작별”/동독 총리
【베를린=유재식 특파원】 서독이 3일 0시 5개주로 된 동독을 흡수 통합함에 따라 동­서독은 45년간의 분단을 종식시키고 하나의 독일로 재탄생했다.
동­서독은 이날 0시 새 수도 베를린시의 의사당 앞 광장에서 통일 독일의 초대 총리 헬무트 콜 총리와 로타 드 메지에르 구 동독 총리 등 동­서독의 주요 지도자와 1백만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역사적인 기념식을 갖고 대형 독일 3색기를 게양,통일독일의 출범을 선포했다.<관계기사 3,4,5면>
이 순간 독일전역의 성당과 교회에서는 「자유의 종」이 울려퍼졌다. 베를린시 거리에 쏟아져나온 시민들은 새 독일국가로 결정된 구 서독국가 제3절을 합창했고 수만발의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으면서 통일의 새날을 축하했다.
이로써 독일은 인구 7천8백만명,국토면적 35만7천평방㎞의 대국으로 재등장했다.
이에 앞서 2일 오전 서베를린을 통치해온 미ㆍ영ㆍ프랑스 서방측 전승 3개국 대표는 베를린의 쇠네베르크시청에서 베를린시의 통치권을 베를린시 정부에 이양했다.
지난달 12일 체결된 「2+4」조약이 비준되면 독일은 완전한 주권국이 된다.
통일독일의 국호와 국가는 통일의회가 구성되면 최종 결정되지만 서독의 국호와 국가를 그대로 사용한다.
통일독일의 국가원수 바이츠 제커 대통령은 이날 통일에 즈음하여 『이제 독일은 자유로운 결정에 의해 통일됐다』며 구 서독기본법 전문을 인용한 뒤 『우리 모두 유럽의 통합과 세계의 평화를 향해 매진하자』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2일 오후 베를린의 의원회관에서는 마지막 동독인민의회 의원총회가 열려 의회 해산식을 가졌으며 밤 9시 베를린의 샤우슈필하우스에서는 바이츠 제커 대통령,콜 총리 등 지도자들과 동­서독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동독정부의 공식해산식이 거행됐다.
정부해산식에서 메지에르 동독 총리는 고별사를 통해 『이제 독일이 자유와 함께 통일을 이루게 됐으며 이것은 위대한 기쁨의 순간이며 숱한 허상의 종말이자 눈물 없는 작별』이라고 말했다.
해산식에 참석한 콜 서독 총리는 『우리 모두가 단결하고 희생할 각오만 돼있으면 공동의 성공을 이룩할 기회는 많다』고 국민의 단결을 호소한 뒤 『신이여 우리의 조국 독일을 축복하소서』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3일 0시 베를린시 중심가 구 제국의회 앞 광장에서 행해진 기념식에서 독일지도자들은 새로 태어난 독일이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한편 독일국민들에겐 과거 나치가 저지른 죄과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콜 총리는 새 독일이 평화를 굳게 다짐하고 있으며 이웃국가들에 다시는 영토권 주장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고 『독일은 세계평화와 유럽통합 촉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 총리는 이어 부시 미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독일 통일을 도와줬으며 영국ㆍ프랑스ㆍ헝가리도 통일과정에 기여했다고 치하하고 『우리는 통일을 우리들만의 힘으로 이룰 수 없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이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3일 오전 11시 베를린 필하머닉회관에서는 통일독일의 출범을 선포하는 공식국가행사가 있었고,4일 오전 10시에는 구 제국의회 의사당에서 양독 의원 6백62명이 참석한 가운데 통일독일의 첫 의회가 개원됐다.
한편 바이츠 제커 대통령은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 등 전 동독 각료 5명을 새 독일정부의 무임소장관으로 임명했다고 대통령실이 3일 발표했다.
무임소장관에 임명된 5명은 메지에르 전 총리 외에 베르크만 톨 전 인민회의 의장,귄터 크라우제 전 내무차관,라이너 오이틀레프 자민당 당수,한스 요하킴 발터 독일사회동맹지도자 등이다.
구 동독 「인민군」은 이날 정식으로 전 서독군에 흡수되어 새로운 전독군의 일부가 되었으며 베를린외곽의 슈트라우스버크에서 벌어진 식전에서 게르하르트 슈톨텐베르크 국방장관은 새로 흡수된 군인들에게 이제 그들이 서방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군의 일원이 된다고 말했다.
전 동독군 9만명중 이날 군복을 갈아입은 군인은 5만명뿐 나머지는 퇴역했는데 독일은 앞으로 통합된 군대를 57만명에서 37만명으로 단계적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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