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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임직원 여러명 ‘7억 차익’ 아파트 분양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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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구역 일대 모습. 2017년 착공한 대장지구는 올해 상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연합뉴스]

경기도 성남시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구역 일대 모습. 2017년 착공한 대장지구는 올해 상반기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연합뉴스]

화천대유가 성남시 대장동 ‘판교 퍼스트힐푸르지오’ 미분양분 24가구를 2년 넘게 갖고 있다가 이 중 한 채를 입주 후인 지난 6월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딸(40)에게 초기 분양가대로 분양했다. 박 전 특검 딸이 분양가(6억~7억원대)에 분양받은 이 아파트의 호가는 현재 15억원에 달한다.

이런 미분양분은 이른바 ‘로또 줍줍’으로 불리며 수만 대 1의 청약경쟁률을 보이는데, 박 전 특검 딸은 이런 경쟁 없이 아파트를 마련한 셈이다. 특히 박 전 특검 딸에게 분양한 1가구 외에 나머지 23가구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 가구당 증여세나 소득세 등 아무 세금 없이 7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머쥘 수 있는 또 하나의 ‘로또’며, 23가구의 평가차익만도 200억원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총 974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2019년 2월 계약 취소분 등 잔여 가구 142가구를 놓고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을 진행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 중 97가구가 계약됐다. 남은 45가구 중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24가구를 가져갔고, 박 전 특검 딸을 포함해 여러 명의 임직원이 일부를 분양받았다고 한다. 21가구는 분양대행사가 모델하우스에서 잔여분 분양을 통해 모두 팔았다고 한다. 화천대유 측은 “다른 임직원도 비슷한 분양조건으로 분양받은 것으로 안다”며 “세부 내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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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특검 딸은 ‘줍줍’ 청약 시점으로부터 2년4개월 뒤인 지난 6월 화천대유 보유분 중 한 채를 분양받았다. 박 전 특검 측은 “주택공급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에 따라 회사로부터 법규에 따른 분양가격으로 정상 분양받았다”며 “특혜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동산업계에서는 “미분양 시점에 분양받았으면 특혜가 아니지만 집값이 두 배 이상 오른 이후, 그것도 입주 이후에 분양받았기 때문에 명백한 특혜”라고 분석한다.

박 특검의 딸이 이런 ‘로또 줍줍’을 아무 경쟁 없이 그냥 ‘주운 것’을 두고 분노와 허탈감을 호소하는 30~40대 무주택자가 많다. 박 특검 측이 2019년 초기 분양 당시의 ‘줍줍’ 모집 관련 기사를 첨부해 “당시 누구나 청약할 수 있었다”고 한 소명자료를 놓고 분노를 표하기도 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30대 무주택자 김모씨는 “박 특검 측의 얘기는 우리를 바보로 보고 하는 말 같아 더 화가 났다”며 “박 특검 측이 얘기한 ‘당시’는 미분양 상태였던 2019년이고, 박 특검 딸이 아파트를 받은 시점은 분양가 대비 2배 이상 가격이 오른 올 6월”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40대 무주택자 박모씨는 “(박 전 특검 딸은) 부모를 잘 만나 15억원짜리 아파트를 7억원에 특혜 분양받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근 집값에 이어 전셋값마저 다락같이 오르면서 무주택자에게 청약은 자산 증식의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과 직방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서울에 공급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24.7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평균(97.1대 1)보다 크게 오른 것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다.  최저 평균 가점도 60.9점으로 올랐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줍줍에 청약가점 등이 낮은 무주택자 수십만 명이 몰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청약제도는 공정이 최우선”이라며 “박 전 특검 측이 특혜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청약 기회가 공정하지 않았다는 점 자체가 특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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