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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후 “축하합니다” 악수/한­소 수교… 유엔본부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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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소 외무,발효일자 직접 고쳐넣어
○…유엔 안보리 의장실에서 열린 한소외무장관회담은 바로 앞서 열린 소ㆍ이스라엘회담이 길어지는 바람에 예정보다 15분 늦게 시작됐으나 정작 회담은 수교날짜 등이 전격적으로 타결돼 35분 만에 종료.
두 장관은 회담 후 바로 옆 소 회의실에서 공동코뮤니케에 서명한 후 낮 12시50분쯤 안보리라운지로 걸어나와 대기하고 있던 내ㆍ외신기자 80여명에게 회담결과를 공동발표했다.
셰바르드나제 장관이 『우리는 오늘부터 양국간에 수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일성을 터뜨리자 보도진들은 의외의 결과에 깜짝 놀랐다.
○늦게 시작… 35분 만에 끝내
○…회담이 열리자 셰바르드나제 장관은 최 장관에게 코피와 크림을 직접 따라주는 등 처음부터 끝까지 친근하고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으며 두 장관은 회담대표 소개도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최 장관이 『우리 회담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하자 셰바르드나제 장관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며 이제 남한이라는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는 세계평화와 안보를 논의할 수 없게 됐다』고 화답. 셰바르드나제 장관 『마침 오늘 우리 후손의 미래에 관한 세계정상회의가 열리는 날에 양국간 관계개선을 위한 모임을 갖게 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셰바르드나제 장관은 『샌프란시스코정상회담이 양국 수교로 이어지는 근거가 됐다』고 했고 두 장관은 양국 대통령의 안부 메시지를 교환했다.
○즉시 수교 필요성 강조
○…한소 양측은 당초 실무자선에서 내년 1월1일자로 수교한다는 데 의견접근을 보았으나 이날 외무장관회담에서 극적으로 즉시 수교로 선회.
우리측 대표들은 회담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소련측이 주장한 내년 1월1일자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
최 장관이 처음 『수교에 합의한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있겠느냐』며 즉시 발효를 제의했을 때만 해도 셰바르드나제 장관은 『1월1일자로 해도 법률적으로는 오늘이 수교한 날이 될 것』이라며 답변을 회피.
이어 정상교환방문 등 다른 의제로 넘어갔다가 최 장관이 다시 즉시 수교 필요성을 강조하고 『코뮤니케를 오늘 날짜로 고쳐 서명하자』고 강력히 제의하자 셰바르드나제 장관은 그때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시.
즉시 수교발효에 동의한 셰바르드나제 장관은 곧바로 보좌관에게 미리 준비한 러시아어 코뮤니케를 가져오도록 지시,내년 1월1일자로 되어있던 발효일자를 직접 두줄로 그은 뒤 9월30일자로 고쳐 넣었다는 것.
○…서명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련 타스통신기자가 『왜 1월1일이라고 해놓고 날짜가 바뀌었느냐』고 묻자 셰바르드나제 장관은 타스통신 기자의 질문을 최 장관에게 귀엣말로 설명.
최 장관은 이에 대해 주위의 양측 배석자들을 둘러보며 『그것은 우리 두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여기있는 사람들(배석한 회담실무대표들) 잘못』이라고 웃으면서 대답하자 폭소가 터지기도.
두 장관은 서명 후 서로 『축하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힘차게 악수를 나눴는데 이를 신호로 양측 배석자들도 일제히 축하의 악수를 교환.
○북한 대표 굳은 표정 보여
○…회담장소에 관해 양측은 유엔 건물내 어느 곳에서 한다는 원칙에 쉽게 합의했으나 회담일인 9월30일은 마침 세계아동정상회담이 열려 70여명의 세계 정상이 유엔 건물에서 움직이는 상황을 감안하여 제3의 장소를 물색.
양측은 마침 소련이 유엔 안보리이사회 의장국을 맡고 있어 이 의장실을 회담장소로 사용키로 합의.
최 장관 등이 회담을 기다리며 2층 로비에 앉아 있는 동안 북한의 주유엔 대표부 직원들이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오가며 우리측의 움직임을 살피기도.<뉴욕=박준영ㆍ문창극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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