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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무노동 무임금 원칙 지켜 얻어낸 값진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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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국외국어대 노조의 215일 파업이 원칙 앞에서 굴복했다. 학교 측은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사권 양보 불가, 무노동 무임금'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그동안 강성 노조 때문에 외대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끊이지 않았다. 인사위원회.징계위원회 위원 9명 중 4명이 노조원이다 보니 노조가 맘에 들지 않는 인사나 징계는 할 수 없었다. 재작년에는 개교 50주년 유공자를 정하지도 못했다. 노조가 사실상 인사권을 행사했다.

외대 직원의 초봉은 3500만원이 넘고 노조에 가입한 환경미화원 연봉이 5000만원에 달한다. 파업 때문에 피곤하다면서 중간에 휴가를 간 경우는 외대가 처음일 게다. 노조가 박철 총장 집 앞에서 여러 차례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주민들이 "노조는 여기 와서 떠들지 마라"는 현수막을 내걸 정도였다.

장기 파업 때문에 도서관에 책이 쌓이고 취업 지원 업무가 마비됐다. 오죽했으면 총학생회와 교수들이 나서 파업 철회를 촉구했겠는가. 외대는 과거에 강성 노조에 밀려 웬만한 요구는 다 들어줬다. 인사권을 뺏긴 것도 학교의 무원칙한 대응 때문이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연례 파업을 벌이는 것도 회사가 무노동 무임금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도 몇몇 파업 현장에서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데는 "무노동 무임금 때문에 못 받은 돈의 배 이상을 주지 않으면 파업을 풀지 않겠다"고 떼를 쓰고 있다.

얼마 전 포항건설노조 불법파업 사태에서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빛을 발했다. 이번 외대 사태도 원칙의 힘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