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시즌 아웃?…손가락 인대 다친 박해민, 공백 불가피

중앙일보

입력

12일 한화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손가락을 다친 박해민. [사진 삼성 라이온즈]

12일 한화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손가락을 다친 박해민. [사진 삼성 라이온즈]

삼성 구단에 초비상이 걸렸다. 주전 외야수 박해민(31)이 손가락을 다쳐 전열에서 이탈했다. 일정 기간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돼 선수단 운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박해민은 12일 한화와의 원정 더블헤더(DH) 1차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됐다. 7회 말 정은원의 중견수 방면 짧은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연결했지만, 이 과정에서 왼 엄지를 접질렸다. 포구 순간 글러브를 낀 왼손이 땅에 부딪혀 꺾인 게 화근이었다. 수비 직후 글러브를 벗고 데굴데굴 구르며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곧바로 병원으로 이동, 첫 번째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 인대 손상이 확인됐다.

구단 관계자는 "이틀 뒤 대구에서 추가 검진 예정이다. 당장 경기를 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인대 손상이지 골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단은 박해민의 복귀 가능 시점이나 재활 치료 기간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일단 14일 재검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선수가 느낀 통증 수준을 고려했을 때 인대 손상이 나온 1차 소견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검의 관건은 부상의 유무가 아닌 부상의 정도다.

인대(ligament)는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는 결합조직이다. 부상 정도에 따라 등급(그레이드)을 1~3단계로 나눈다. 1단계는 인대가 약간 늘어난 정도로 며칠 휴식하고 치료하면 복귀할 수 있다. 반면 3단계는 인대가 완전히 파열된 수준이다. A 구단 트레이너는 "그레이드 2를 넘어가 3에 가깝다면 복귀까지 최소 8주가 예상되고 상태가 더 좋지 않으면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으로선 재검에서 그레이드 1 정도의 경미한 부상이 확인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B 구단 트레이너는 "상황에 따라 시즌 아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포수 이흥련(SSG)은 왼 엄지 척골 인대 손상으로 3개월 재활 치료 진단을 받고 9월 시즌 아웃됐다.

A 구단 트레이너는 "손가락 인대는 아주 살짝 늘어난 정도면 2주 만에 복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이라면 최소 4주"라며 "손가락이 꺾여서 인대가 파열된 거면 심각하다. 부기가 완전히 빠지는 데만 일주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주사를 맞고 테이핑을 하면 (무리할 경우) 4주 안팎으로 복귀가 가능하다. '트리암'으로 불리는 진통제를 손가락 관절에 쏘는 건데 말 그대로 임시방편이다. 경기력이 정상적으로 나오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해민은 삼성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 시즌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9(374타수 108안타), 5홈런, 46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도루를 33개나 성공해 김혜성(키움)과 부문 공동 1위로 '도루왕' 타이틀을 놓고 다퉜다. 1번 타자로 팀 공격의 활로를 뚫어냈다. 수비에선 존재감이 더 컸다. 주전 중견수로 센터라인의 핵심이었다. 몸을 사리지 않는 다이빙 캐치와 넓은 수비 범위로 외야 한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도쿄올림픽에선 국가대표 1번 타자로 가치를 증명, 몸값이 크게 뛰었다. 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만큼 어느 해보다 중요한 시즌이었는데 갑작스러운 부상에 쓰러졌다.

팀 내 박승규, 김성표를 비롯한 대체 자원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공·수 모두 박해민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울 수 있는 선수는 찾기 힘들다. 리그 2위로 대권에 도전 중인 삼성으로선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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