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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예종 미술원장, 초보 컬렉터에 조언 “옆에 두고 자주 볼 작품 고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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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 북촌로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컬렉션 전시를 열고 있는 설원기 작가는 “작가가 보이는 작품에 끌린다”고 말했다. 권혁재사진전문기자

서울 북촌로 원앤제이 갤러리에서 컬렉션 전시를 열고 있는 설원기 작가는 “작가가 보이는 작품에 끌린다”고 말했다. 권혁재사진전문기자

요즘 미술시장엔 수익률 높은  ‘블루칩’ 작품을 찾는 사람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 북촌로 원앤제이갤러리에서 2일 개막한 설원기(70·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장) 작가의 컬렉션 전시 ‘원플러스원:소장가의 시선’은 우리 시대 컬렉팅의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시는 그가 20여년간 수집해온 국내외 작가 35인의 작품 38점을 선보이는 자리. 전시 제목이 ‘원플러스원’인 것은 그의 소장품과 함께 컬렉션에 포함된 작가 35인의 또 다른 작품들을 더해 총 82점의 작품을 소개해서다.

김지원·김범·안규철·안창홍·김근중·서용선 등 중견 작가 작품부터 고지영·이은새·김현정·박기민·이주리·임소담·민경숙·노은주 등 요즘 주목받는 실력파 젊은 작가 작품을 망라한다. 작가이자 예술교육자인 그만의 시선으로 “작가가 보이기에 골랐다”고 소개하는 그림들이다. ‘차세대 블루칩’, 그는 어떤 기준으로 고르고 모았을까.

소장품 전시를 연 동기는.
“최근 소장가들 취향을 보여주는 컬렉션 전시가 열렸다. 예전엔 갤러리스트 추천이 큰 역할을 했다면 요즘엔 자기 취향으로 고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작가로서, 컬렉터로서 이런 변화가 반가웠고, 소장가의 다채로운 취향을 보여주는 전시가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참여했다.”
작품 고르는 기준이 남다를 것 같다.
“나는 작품 자체보다 그 작업을 한 사람이 뚜렷하게 보이고 그에게 끌릴 때 작품을 샀다.”
‘작가가 보이는 그림’이라면.
“작품은 거울처럼 그 작가를 비춘다. 제프 쿤스의 작업이 멋있고 그의 의도도 이해하지만, 나한테는 작가가 명료하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에선 작가가 보이더라.”

그는 “작가가 드러나는 단서는 작품마다 다르다”고 했다. 김범의 드로잉은 “그 작가의 자화상 같아” 샀고, 손현선의 ‘흐르는 면’은 “작가의 자유로운 생각의 흐름이 좋아서” 샀다. 김현정의 10년 전 그림 ‘끈적한 밤, 목소리’는 “일상의 풍경을 작가 특유의 깊은 감성으로 표현한 게 좋아서” 샀다는 그는 “작가의 신작 붉은 장미(‘Roses and Kisses’) 역시 소재도, 색감도 다르지만 느낌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젊은 작가들 작품이 많다.
“제자들의 전시는 꼭 가서 보고, 내 제자가 아니어도 졸업 후 첫 개인전을 여는 작가들 전시를 눈여겨본다. 작품을 사고 작가가 어떻게 변화하는 지켜보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림을 오로지 ‘투자 대상’으로만 여기는 이도 있다.
“미술의 역사가 그랬다. 그렇게 시작하는 컬렉터도 미술계를 돕는 거다. 작품을 산다는 것은 작가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투자로 시작한 컬렉터도 시간이 흘러 깊이 있는 소장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초보 컬렉터에게 조언한다면.
“내가 끌리는 작품을 고르라고 말해주고 싶다. 컬렉션은 그 작품에 자신을 쏟아부은 작가를 곁에 두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준다. 내 옆에 두고 자주 보고 싶은 작품, 서재에 놓고 조용한 시간에 바라보면 좋은 작품들이면 된다.”  컬렉션 전시는 10월 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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