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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세금 20%' 더 걷힌다? 604조 수퍼예산 이상한 근거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604조원에 달하는 2022년 ‘초슈퍼예산안’에서 338조6000억원의 세입 예측을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2021년 본예산 세입 전망치인 28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55조9000억원(19.8%)이나 늘어나면서다. 1년 사이 세입 전망이 20% 가까운 차이가 발생하면서 지출 증가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낙관적인 세수 추계를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장률 4.2% 예상하면서…

국세수입 예산 전망치와 실제 세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국세수입 예산 전망치와 실제 세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5일 기획재정부의 ‘2022년 국세 수입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국세 수입이 338조6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본예산이 아닌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세입 전망(314조3000억원)과 비교해도 24조4000억원(7.8%)이 더 많다. 올해 2차 추경 당시 발표한 세입 전망 역시 본예산보다 31억5000만원이 늘어났지만, 정부는 내년엔 이보다도 세수가 더 걷힐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최근 32조원에 가까운 세입 오차를 낸 이후 이번엔 ‘장밋빛’ 전망은 내놓은 셈이다.

전년도 본예산 대비 19.8% 늘어나는 세입 전망은 이례적이다. 국세청 징수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1년 사이 세입이 가장 많이 증가한 때는 2016년이다. 당시 242조6000억원이 걷히면서 전년(217조9000억원)보다 11.3% 세수가 늘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국세수입 증가율은 5%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내년 경상 GDP성장률(물가 상승을 반영한 성장률)을 4.2%로 전망한 것과 비교해도 세입 증가 전망치가 더 높다.

1년 전 예상보다도 42조원 늘어

지난해 9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발표한 2022년 국세 수입 전망과도 큰 차이다. 1년 전 정부는 2022년 국세 수입을 296조5000억원으로 전망했다. 같은 정부에서 1년 전보다도 42조원 차이 나는 세입 전망을 발표한 셈이다.

국가 예산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국가 예산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기획재정부]

앞서 정부는 몇 차례 10%에 달하는 세수 오차를 내왔다. 2018년엔 전망과 실제 국세 수입이 25조4000억원 오차가 나 오차율이 9.5%에 달했다. 2014년엔 216조5000억원의 세입을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205조5000억원만 걷히면서 -5.1%를 기록했다. 지난해 짠 올해 본예산 세수 전망과 추경안으로 수정한 전망 사이에는 11.2%의 차이가 난다.

"지출 많은데, 세수 안 되면 국채 추가 발행" 

전문가들도 정부의 세입 전망의 실현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내다본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으로선 그만큼의 세입이 내년에 나올 수 없다고 본다”며 “올해처럼 부동산 상승이 소비를 촉진하는 ‘웰스 이펙트’가 이어질지도 미지수고, 내년엔 종부세로 인한 세수 효과가 반대로 소비 위축 등 악영향을 본격적으로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출은 600조원이 넘도록 짜놓고 세수가 결국 예상보다 못 미치면 국채를 대거 추가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2022년 국세수입 예산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2022년 국세수입 예산안.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정부는 338조60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세수 전망에서 종부세가 6조6000억원으로, 올해 2차추경안(5조1000억원)보다 29.6% 더 걷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세목별로는 소득세를 105조원(5.6%·2차 추경안 대비), 법인세 73조8000억원(12.6%), 부가세 76조원(9.7%)을 걷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늘어난 세입 추계에 대해 “국세수입 전망은 GDP 경상성장률, 경제회복 속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전문가 의견까지 고려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전망하고자 노력했다”며 "대개 위기가 정상화된 시기 이후에는 경기회복에 따른 세수 증대가 경험적으로 있었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2022년 예산안 및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코로나19 경제충격 회복으로 인한 세수 증대가 이미 올해 반영됐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총리는 낙관적으로만 얘기하는 위치가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어야 한다.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을 것이라고 보는데 올해 이미 경기회복으로 인한 세입 증가가 나타났다고 봐야 한다”며 “작년에는 올해 세수를 예상하면서 제자리걸음일 거라고 했는데 내년엔 늘어난다는 근거는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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