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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안보리…탈레반에 '출국 허용' 촉구했지만, '안전 지대' 빠져

중앙일보

입력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30일(현지시간) 탈레반에 아프가니스탄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안전한 출국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바바라 우드워드 영국 대사는 이번 결의안에 대해 "통일된 국제적 대응을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카불의 '안전 지대(safe zone)' 조성은 포함되지 않는 등 결의안의 내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날 미국 국방부는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와 일반인 대피를 완료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AFP통신, AP통신 등은 이번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 상임·비상임 이사국 15개국 중 13국의 찬성으로 통과됐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기권했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안을 통해 "탈레반이 아프간인들과 모든 외국인들의 안전하고 질서있는 출국을 허용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31일 미군 철수 뒤 카불 공항을 장악한 탈레반. [AFP=연합뉴스]

31일 미군 철수 뒤 카불 공항을 장악한 탈레반. [AFP=연합뉴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에 비판적인 의견을 피력하며 결의안을 지지하지 않았다. 겅솽 중국 부대사는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아프간 인접국들과 유엔 안보리에 책임을 전가했다"며 "카불 공항 테러 이후 이슬람국가(IS)에 대한 미국의 보복 공습으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지아 러시아 대사는 결의안에 아프간인들이 탈출하며 야기된 '두뇌 유출'이나 미국의 아프간 금융자산 동결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 데 불만을 드러냈다.

AFP통신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은 행사하지 않도록 탈레반과 관련된 문구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내용이 약해졌다"고 전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관련 당사자들이 국제 협력자들과 협력해 보안을 강화하고 추가 인명 피해를 예방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카불 공항과 주변 지역의 신속하고 안전한 재개방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요청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사실상 이 문구는 공항의 보안을 탈레반에 맡기는 것"이라며 "탈레반이 결의안의 내용을 무시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은 없다"고 평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탈레반을 향해 인도주의적 구호의 접근을 허용하고,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인권을 지키라는 내용이 들어갔지만, 유엔 통제의 '안전 지대' 조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유엔이 통제하는 특정 지역에 한해서라도 아프간인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이를 제안했다.

나탈리 브로드허스트 프랑스 부대사는 중국과 러시아가 결의안에 기권한 뒤 "모든 아프간인들이 이 안보리 회의를 주시하며 국제 사회의 분명한 지지를 기대하고 있는데 이처럼 분열된 모습은 우리나 그들에게 모두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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