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위주로 골고루 투자/럭키금성(그룹별 북방전략 점검: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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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실무자가 대상 고르고 의사결정/소서는 대형,중국엔 소규모 사업
럭키금성그룹의 대북방 진출전략은 남다른 조심성에서부터 시작해 왔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다리도 두드리는 식이다. 이 때문에 다른 기업들의 북방질주가 그들에게 다소 무모해보일때도 있다.
그렇다고 그같은 조심성이 북방에 대한 기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소리없이 벌일 일은 모두 벌여 질ㆍ양면에서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구자경회장의 독특한 경영방식 때문이다.
현대나 대우의 북방전략은 그룹총수 개인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총수가 투자대상을 고르고 의사결정도 한다.
그러나 구회장은 아직껏 소련이나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실무자중심으로 그룹의 북방전략을 수행케 하고 있다.
실제 럭키금성의 대공산국진출을 보면 소련ㆍ중국은 물론 다른 동구권국가에도 골고루 분산돼 있음을 알수 있다.
다만 곧 수교가 이루어질 전망이고 투자환경이 좋은 소련에는 덩치 큰 사업을 계회하고 있고 소련에 비해 투자환경이 뒤떨어진 중국에는 자잘한 소규모 투자를 여러개 계획하고 있다.
소련에는 3억달러가 넘는 대형프로젝트를 소 현지기업 혹은 서방기업들과 합작으로 투자할 계획이지만 중국에는 1백만∼2백만달러규모의 소액투자를 해왔고 앞으로도 당분간 그럴 계획이다.
럭키금성이 중국에 이처럼 소규모 사업을 추진중인 것은 아무래도 소련보다는 투자에 따른 안전성의 확보가 미흡하고 정식수교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위험부담은 줄이고 본격진출에 따른 교두보는 확보해야겠고 하니 결론은 소액 분산투자인 것이다.
거기에 지난 9월 북방진출의 첫시험케이스로 96만달러를 들여 북경에 설립한 경악기업 유한공사가 작은 돈을 들이고도 예상밖의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도 그같은 판단을 하게된 주된 요인중의 하나다.
럭키금성관계자의 말대로 『날릴 각오하고 투자한 사업』이 예상밖의 성공을 한 것이다.
럭키금성은 이에 따라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부쩍 늘어날 한국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북경시내에 음식점과 슈퍼마킷 등 요식ㆍ유통업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기업과 합작으로 전자부품 및 신발공장과 연산 10만대규모의 펌프공장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에 비해 소련에 대해서는 3억8천만달러와 3억달러짜리라는 두개의 대형프로젝트를 추진,미 벡텔사 및 소 현지기업과 공동으로 레닌그라드에 전자공장ㆍ호텔ㆍ주택사업 등 대규모건설공사를 하기로 했으며 무역진흥공사등과 합작으로 모스크바에 한국무역센터를 짓기로 했다.
럭키금성은 이와 함께 별다른 구매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베트남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시아에서 제일 값싼 노동력의 이용가치때문으로 가전제품 조립공장의 건설을 추진중에 있으며 베트남의 본격적 개방화에 대비,호텔건립도 검토하고 있다.
럭키금성이 지난해말부터 금년 상반기까지 설치한 북방지사는 모스크바ㆍ북경ㆍ바르샤바ㆍ자그레브ㆍ브라하ㆍ호치민시 등 6개 곳이며 모스크바와 부다페스트에는 순전히 가전제품의 수출을 위해 별도의 금성사 지사를 개설했다.
그리고 이들 지사들은 교역도 교역이지만 럭키금성의 주력상품인 생필품ㆍ플래스틱공장건설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이익을 적게 남기더라도 공산권투자는 역시 「안전」이 최상이라는 럭키금성의 북방전략은 상당기간 변경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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