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깔아주고 유전 받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 다우코루 나이지리아 석유장관은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양국 간 경제협력의 일환으로 나이지리아 철도 현대화 사업을 국내 기업이 맡는 대신 나이지리아 유전개발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는 내용의 협력약정(MOU)을 체결했다.

협력사업이 착수되면 포스코건설과 석유공사 등이 참여한 한국기업 컨소시엄은 나이지리아 철도 현대화 프로젝트 2단계 공사에 필요한 자금 중 일부를 장기 저리의 상업차관으로 제공하고 사업을 맡으면서 나이지리아로부터 현재 생산 중인 유전의 일정 지분을 넘겨받는다.

이날 MOU를 체결한 나이지리아 철도 현대화 2단계 공사는 100억 달러 규모로 전량 수주가 확정되면 국내 기업의 해외 단일 공사로는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최대 해외공사는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로 66억 달러 규모였고 올 들어 6일까지 해외 건설 수주액 전체가 134억 달러였다. 또 이번 공사로 해외건설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였던 토목 분야가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이지리아 철도 현대화 사업은 영국 식민지 시절 건설된 전국 3500㎞ 규모의 철도를 30년에 걸쳐 폭이 좁은 협궤 방식에서 표준 궤도 방식으로 정상화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10월 발주된 1단계 공사(라고스~카누 1315㎞)는 거액의 차관을 내세운 중국의 공세에 밀려 중국 토목공사그룹(CCECC)에 넘어갔다. 국내 기업이 참여하게 될 2단계 공사는 포트하코트~아부자~마이두구리를 연결하는 1500㎞ 구간이다.

양국은 내년 중 실무 협상을 통해 상업차관 규모 및 한국 측이 인수할 유전 광구와 인수 지분 규모 등을 최종 확정하기로 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에너지 자원 확보와 플랜트 수주를 연계시키는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라며 "1억 배럴 이상의 매장량을 가진 광구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MOU 체결은 사업에 대한 약정일 뿐 구체적인 사업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차관 금리 등 나이지리아 측과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다우코르 장관은 이에 대해 "MOU 체결에 따른 후속조치의 내용은 내년 말까지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앞으로 교통.통신 등 인프라 개발에서도 협력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자원 시장을 노려라=이번 MOU 체결로 아프리카 자원을 확보하는 국내 기업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 자원을 처음 본격적으로 개발한 것은 2004년 한국석유공사가 서부 아프리카의 베냉 공화국 해상 2, 3광구 지분 80%를 인수한 때부터다. 석유공사는 이어 올 3월 한국전력.대우조선해양 등과 공동으로 나이지리아의 20억 배럴 규모의 자이언트급 해상 유전 광구 2곳의 유전 개발에도 참여키로 했다.

앙골라가 내년 상반기 분양하는 12개의 유전광구에도 석유공사.SK 등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예상되며, 광업진흥공사는 마다가스카르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각각 니켈과 유연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중동.카스피해 등은 이미 미국.유럽연합(EU) 등의 자원독점이 진행되고 있지만 중남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국내 기업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쉬워 앞으로 집중 공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병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