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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기'를 영어로 표현한다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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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거시기'는 영어로 뭘까.

'거시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며 흥행 중인 퓨전 코믹 사극 <황산벌>(씨네월드, 이준익 감독.그림)이 해외 수출을 앞두고 번역 작업 때문에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일단 기본적으로 대사 전체가 표준말이 아닌 영호남 사투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영어 일어 중국어 등으로 번역할 때도 해당 언어의 사투리를 찾아야 한다. 영호남 사투리에 해당하는 외국 사투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닌 만큼 엄청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이건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도대체 풀 수 없는 심각한 고민에 봉착했다. '거시기' 때문이다.

한국인도 '거시기'의 정확한 뜻과 용법을 모르는데 하물며 외국어 번역에서야. <황산벌> 내에서도 신라 병사들이 백제 병사들 간의 대화에 수시로 등장하는 '거시기'를 알아듣지 못해 암호해독관을 동원해 해석하는 촌극을 낳고 있다.

현재까지의 잠정적인 결론에 따르면 영어에서는 '거시기'가 '잇(it)'이나 '댓(that)'으로 번역될 예정이다. 영문 문장에서 '그것'으로 번역되는 'it'과 'that'은 대개 앞 문장에 등장하는 어떤 단어를 지칭할 때 사용하거나, 대화하는 사람들 간에 굳이 지칭하지 않아도 공유하고 있는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거시기'가 걸쭉한 사투리의 정수인 것을 생각하면, 영어 표준 단어인 'it'과 'that'으로 번역됐을 때 영어권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줄지는 미지수다.

이런 문제 때문에 <황산벌>의 해외 수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

그러나 이준익 감독은 "전쟁 사극은 희소성이 있다. 우리에게는 <황산벌>이 사투리의 향연으로 느껴지지만, 외국인들 눈에는 동양의 고대 전투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어필할 것이다. 일본의 전투와는 또 다르지 않나"라며 "또 일단 수입해 가면 그들 스스로 알맞은 번역을 찾아낼 것이다. 외국 번역 문화는 우리보다도 발달돼 있지 않나"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제목 '황산벌'은 어떻게 바뀔까. 현재 나온 의견 중에는 요즘 유행하는'원스 어폰 어 타임 인(Once upon a time in~)'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제목이 힘을 얻고 있다.

일간스포츠 윤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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