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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슈] KKR "비벤디 사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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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6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KKR과 비벤디는 약 3주 전 매각 협상을 벌이다 프랑스의 세법과 관련한 문제에 부닥쳐 협상을 일단 중단됐다. 하지만 양자의 이해관계가 대체로 일치하고 있어 협상은 재개될 수 있는 상태다.

KKR은 올 들어 역대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인 미국 병원체인인 HCA를 인수를 성사시킨 유력 사모펀드다.

◆KKR의 '공격 앞으로'=비벤디 그룹이 사모 펀드(바이아웃 펀드)에 팔릴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의 바이아웃으로 기록된다. 다만 KKR이 인수할 경우 2004년 프랑스 당국이 비벤디에 부여한 여러 세금 감면 혜택이 사라진다는 게 장애물이 되고 있다. 또 프랑스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비벤디는 지난 5월에도 투자회사인 세바스찬 홀딩스의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이번 협상에는 KKR의 창립자 헨리 크래비스의 부인 마리-조세 크래비스가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비벤디의 이사회 멤버로 일해 회사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한다.

KKR은 최근 또 다른 공동 창업자 조지 로버츠가 호주 2위의 소매체인인 콜스 마이어를 138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실패한 바 있다. 그 뒤 KKR은 해외 각지에서 대형 매물을 공격적으로 물색해왔다. KKR은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M&A로 HCA를 인수한 것을 비롯, 필립스의 반도체 사업부인 NXT(110억 달러)와 네덜란드 미디어 기업 VNU(116억 달러)을 연이어 인수해 '식욕'을 과시하고 있다.

◆사모펀드의 끝은 어디인가=바이아웃 펀드들은 최근 놀라울 정도로 덩치가 커지고 있다. 올 들어 바이아웃 그룹들이 모금한 액수는 무려 3200억 달러. 여기다 부채까지 포함해 동원할 수 있는 돈은 1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풍부한 유동성 탓에 대형 연기금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에 돈을 계속 맡겨두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모펀드들은 대형 매물을 인수하기 위해 서로 연합하는 '클럽 딜(club deal)'도 자주 하고 있다.

현존하는 모든 상장사가 사모 펀드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FT는 "이번 협상은 세계적인 바이아웃 펀드가 먹지 못할 회사가 몇 개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바이아웃 펀드가 무서워하는 것은 (피인수 기업)이사회와 주주의 반대이지 돈은 아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미국 회사 중에 건축자재 체인업체 홈디포, 세계 최대 PC 메이커 델, 반도체 회사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가 사모펀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 또 유럽 회사로는 비벤디 외에도 브리티시텔레콤(BT), 유니레버 등도 잠재적 타킷이 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윤창희 기자

비벤디=원래 프랑스 수도회사로 출발했으나, 1996년 회장에 취임한 장-마리 메시에의 공격적 인수.합병(M&A)으로 세계 2위의 미디어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셜 뮤직과 유료 TV채널 카날 플뤼, 프랑스 2위의 모바일 통신사 SFR, 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로 유명한 비벤디 게임스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무리한 M&A 과정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고, 메시에는 2002년 물러난 뒤 형사처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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