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민 대부분이 ″맞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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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의 만리장성은 중국의 대명사격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만리·만리장성」 곧 「억리장성」이라면 고개를 갸웃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경의 최고권력층이 모여 사는 중남해를 비롯한 당· 정·군의 모든 기관이 높은 담벽으로 가려진 것은 물론 주거단지·학교·직장·병원 등이 모두 한결같다고 할만큼 길고 긴 담벽으로 둘러쳐져 있다.
아파트단지의 경우 출입구 좌우로 2백, 3백m는 보통이고 심한 경우 1km가 넘어 보이는 곳도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북경대학 같은 경우는 동서남북의 사방으로 문이 나있어 통행이 편리하다고 하겠지만 비교적 낡은 구조가 대부분인 일반 주택에서 사는 서민들은 담벽을 따라 돌고 돌아 다녀야 하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만리·만리장성」이라는 신조어를 출현시키기에 이른 셈이다.
『담벽으로 둘러 싼 것은 주민을 관리하는데 편리하고 외국인들이 들여다보지도 못하니 더욱 좋지 않은가.』
북경의 한 주민은 「억리장성」의 장점과 용도를 이렇게 설명하며 웃는다.
북경의 가옥은 50년대 소련모델로 지어진 벽돌단층 연립주택, 60∼70년대의 6∼7층 안팎의 아파트, 그리고 80년대 이후의 고층아파트단지로 대별된다.
북경의 서민마을 가운데 하나인 동직문일대의 한 주거단위는 한편은 비교적 깨끗한 70년대의 아파트단지, 다른 한편은 50년대의 단층건물이 맞닿아 있었다.
직장단위에서 하위생산직을 뜻하는 직공인이 곧 중국의 서인일수밖에 더 있느냐고 말하는 한 주민은 『대부분의 부부들이 쓰왕즈꽁(쌍직공·맞벌이)을 나가며 합쳐서 월 2백50원 내지 3백원씩을 번다. 하나뿐인 아이는 탁아소에 보내고 살아간다』고 설명한다.
아파트의 공지에 설치된 시장에서 부식을 팔고 있는 한 개체호는 하루1백원씩 매상을 올려 한달 순수입이 2천원은 된다고 말하고 직장에 나가는 것보다 훨씬 실속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이 개체호는 파출소의 공안원(경찰)과 시장관리인 등쌀이 심하다고 덧붙인다. 아무 잘못한 것이 없어도 『이유를 잡아 가지고 걸고 들어오면』 그나마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들눈에 거슬리면 「근본적」으로 장사를 못하기 때문에 「굽신굽신」하지 않으면 어림도 없다고 말한다. 때로는 담배갑이라도 싸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노동자가 제일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어이없이 웃는다. 고관자제들이 호의호식하는 걸 알지만 말해봤자 소용이 없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적 영향」이 있기 때문에 말조심을 해야한다고 전하는 이 주민은 간부 및 간부자제들과 일반 서민들의 생활수준은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라고 못박는다.
영화관 입장료 10∼20원의 고가인 일류는 간부층이 아니면 그림의 떡이고 2∼3원씩하는 싸구려 영화관도 『생활상 조건이 구비되지 않아』 거리가 멀다는게 한 직공의 말이었다.
가옥에는 화장실이 없는 대신 1백m쯤 간격을 두고 공중화장실이 설치되어있고 주거단위에서 운영하는 공중목욕탕이 외부인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이곳 서민마을은 저녁이 되어도 흐릿한 형광등 불빛만 비칠 뿐 어디에서도 웃음기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중국의 한 지식인은 『어느 개인 어느 사회 어느 국가도 스첸스메이(십전십미·완벽을 의미) 한 경우는 없다』 면서 중국의 현실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개방·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된다고 말한다.
결국 중국의 다양한 현실에 대한 접근은 「실사구시」의 원칙을 유지함으로써만이 선입관과 오해를 벗어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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