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4만t 창고에서 “낮잠”(경제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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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두박 재고로 인수 거부 식용유업계/추곡창고 위해 매입 종용 농림수산부/국내 생산가ㆍ수입가 차이가 원인
농림수산부와 식용유 제조업체들이 작년에 생산된 콩 4만t의 인수문제를 놓고 1년째 승강이를 벌이고 있다.
농림수산부는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곡수매에 대비,정부 양곡창고의 보관능력을 높이고 또 올해 생산되는 콩을 사들이기 위해 작년산 콩을 빨리 사가도록 종용하고 있으나 식용유제조업체들은 대두박(콩찌꺼기)재고가 너무 많이 쌓여 더이상 콩을 사들이기가 어렵다고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식용유 생산이 작년보다 30%가량 줄어들어 추석을 앞두고 자칫 식용유 부족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식용유 업체들은 콩에서 식용유를 짜내고 남는 찌꺼기인 대두박을 축산업체들에게 사료용으로 연간 70만t씩 공급하고 있다.
대두박 국내수요는 연간 1백10만t으로 식용유 업체가 공급하고도 모자라는 부족분 40만t은 사료협회가 외국에서 수입,충당해 왔다.
그러나 식용유 업체의 대두박 판매가는 ㎏당 평균 2백60원으로 수입산 1백70원에 비해 비쌌고 특히 연초에 중국산이 국제가격보다 싼 값에 흘러나오자 사료협회는 1,2월에 15만t의 대두박을 앞당겨 수입,재고가 23만5천t이나 쌓이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값이 비싼 국내산은 자연히 팔리지 않게 되고 식용유 업체의 대두박을 보관하는 사일로에는 보관능력 1만3천t의 3배 가까운 3만8천t이 재고로 쌓이게 되었다.
식용유 업체들은 국제가격보다 평균 6.5배나 비싼 콩을 사들여 자연히 대두박값이 비쌀 수 밖에 없다며 팔리지도 않는 대두박을 생산하려고 5백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작년산 콩 4만t을 사들일 수 없다는 강경입장이다.
식용유 업체들은 특히 내년에는 대두박수입이 자유화돼 국내산 대두박의 판매는 더욱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부는 국내산 대두박에 대해 내년에도 1㎏에 2백60원까지 판매가를 보장해 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식용유업체들은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높게 책정,국내산과 가격을 비슷하게 해주는등 확실한 보장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가트(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국제수지위원회(BOP)결정에 따라 농산물 수입자유화계획을 예시했다.
또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이 타결되면 대두박처럼 국내산보다 훨씬 값싼 외국농산물이 더욱 많이 밀려 들어올 전망이다.
이 문제는 농산물시장 개방화에서 나타날 갖가지 마찰의 서곡으로 정부가 어떠한 조치를 취할지 주목되고 있다.<한종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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