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마음…어깨동무응원/“코리아”“코리아”…북경의 남과북(성화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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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리랑』합창… 뜨거운 동포애/북측임원 “한국축구는 단연 강력한 우승후보”칭찬/남북 여하키 감독도 저녁 같이들며 격의없는 대화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
쾌청한 북경하늘에 두목소리가 하나되어 울려퍼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남과 북의 장벽을 허물었다.
제11회 아시안게임 기간동안 남북공동응원을 합의한 뒤 첫 남북대결을 벌인 23일의 여자소프트볼과 레슬링 그레코로만형경기,그리고 한국과 홍콩간의 남자하키경기장에는 태극기와 인공기,그리고 푸른색 한반도 지도가 그려진 단일기가 한데 어우러졌다.
○중국,한국축구 관심
특히 첫 대면장이었던 펑타이(풍태) 소프트볼 경기장에서는 남북한 응원단이 서로 상대편 스탠드로 가 『아리랑』『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단일 응원가로 합창해 남북합동응원의 물꼬를 텄다.
특히 북한응원단은 이날 오후 2시 남자 하키경기가 벌어진 국가올림픽센터에 북한팀 경기가 없는데도 남한팀을 응원하기 위해 1백20여명이 경기시작 1시간전부터 스탠드를 메우고 이상룡응원단장의 지휘에 맞춰 흥겨운 사물놀이 응원을 펼쳤다.
○…축구 첫경기가 벌어진 선농단체육장에는 한국인 참관단 5백여명을 비롯,중국인등 5천여 대관중이 운집,한국축구에 대한 높은 인기도를 반영.
이날 본부석 좌측에 마련된 임원석에는 경기가 없는 탓에 북한선수단임원 5∼6명이 전력탐색차 한국­싱가포르전을 관전나와 주목. 레슬링담당역원이라고 소개한 북한선수단의 김정규교수(평양체육대)는 『한국선수들의 1대1 돌파중 개인기가 돋보였다』고 말하고 『단연 강력한 우승후보』라고 치켜세우기도. 반면 신진주축의 북한축구는 기동력이 뛰어나나 경험부족이 흠이라면서 아직은 한국에 적수가 되진 못할 것이라고 진단.
한편 이자리에는 아벨란제 FIFA(국제축구연맹) 회장을 비롯,한 스리함자 AFC(아시아축구연맹)회장,피터 벨라판 AFC 사무총장,니안 웨이시 중국축구협회장이 나란히 참관,눈길을 끌었다.
○한국전지훈련 제의
○…남북한 여자하키팀 코칭스태프가 23일밤 선수촌 부근의 한국음식점 진로주가에서 회동.
한국여자팀의 박영조감독과 북한팀의 윤만길감독(36)은 이날 한국 남자팀의 경기관전을 위해 경기장인 국가올림픽센터에 나왔다가 우연히 만나 『저녁이나 함께 하자』는 박감독의 제의를 윤감독이 쾌히 승낙,양팀의 코치등과 함께 불고기와 냉면 등으로 2시간동안 저녁식사.
윤감독은 『남한에 전지훈련을 올 생각이 없느냐』는 기자질문에 웃으면서 『글쎄요』라고 답변.
한편 「KOREA」「DPRKOREA」의 트레이닝 상의가 의자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때마침 이곳에 식사를 하러온 관광객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바람에 이들은 제대로 식사도 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23일 한국 남자하키팀을 응원나온 1백20여 북한응원단은 이번 중국방문이 전액 국가경비로 이뤄진 것으로 개인돈은 전혀 들지않았다고 자랑이 대단.
이들은 문화지도원,농기계제작원등 직업도 다양하고 전국 각지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들로 구성됐다는 것.
현재 북경시내 7개 호텔에 분산 투숙중인 북한응원단 일부는 이날 용돈까지 받았다며 중국돈을 꺼내 보이기도.
○“동포만나 기쁘다”
○…한국남자하키팀을 응원하는 남북응원단이 초반 한때 전날 남북NOC(국가올림픽위원회)간에 합의된 공동응원에 관한 내용을 알지못해 각기 다른 응원가를 부르는 등 혼선을 빚기도.
그러나 이내 「코리아」등 구호를 통일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아리랑』『우리의 소원은 통일』등을 합창,감동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한국남자하키팀을 응원했던 북한응원단은 경기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경기를 관람하며 남측동포들을 만나서 좋고 경기도 이겨서 기쁘다. 또 우리가 응원해 주는 것을 남측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고 대답.
한국­홍콩의 남자하키 1차전에는 후안 사마란치 IOC(국제올림픽위원회)위원장을 비롯,한국의 고건 서울시장,장충식 선수단장 등 고위급인사들이 대거 참석.
○…중화인민공화국 건국의 최고지도자 모택동의 외손자 왕효지가 북경아시안게임 선수촌 10동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왕효지는 선수촌 10동의 봉사조 부책임자로 있는데 올해 18세로 외국관광직업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다. 지난 5월부터 선수촌 봉사활동을 하도록 배정되어 같은 학교의 동료들과 함께 열심히 선수들 뒷바라지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선수촌의 관계자들은 왕효지가 근무하고 있는 사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를 피하고 있는가 하면 아시안게임 기간중 석간으로 특별발행되고 있는 23일자 아운쾌보도 이같은 사실을 1면 기사로 보도하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지진발생 보도안해
○…중국언론들은 북경아시안게임 개막식이 벌어진 22일 북경일원에 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일체 보도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
건국이래 사상최대의 행사인 아시안게임 개막식날인 22일 오전 11시5분 북경의 서북쪽 일원에는 리히터 지진계로 진도 5 이하의 가벼운 지진이 발생,유리창과 일반건물,빌딩들이 가볍게 흔들렸다고 홍콩에서 발행되는 23일자 문회보가 북경발 기사로 보도했다.
그러나 프레스센터에서 업무를 수행중이던 기자들은 시끄럽고 어수선한 환경으로 인해 일부만 느꼈는데 중국의 언론들은 22일 석간부터 23일 조석간까지 한줄도 보도하지 않았다.
○…대만ㆍ일본의 여자농구는 거의 모든 중국관중의 일방적인 대만팀 응원속에 대만이 한점차 승리.
후반 막판까지 한두점차로 대만팀이 밀리자 중국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아유』(가유ㆍ파이팅)를 외쳐대며 대만팀을 응원했는데 1백4대 1백4에서 5분간의 연장전에 돌입.
경기장인 북경대학생 체육관을 가득 메운 중국관중들의 열띤 응원덕에 대만팀은 1백15­1백14 한점차의 벅찬승리를 만끽했는데 경기후 대만선수들은 자신들에게 성원을 보내준 중국관중들을 향해 정중하게 인사.
○…23일 오후 수도체육관에서 열린 남자체조 단체전에서 근소한 차이로 한국에 뒤져 4위를 차지한 북한체조팀관계자들은 심판판정에 불만을 표시.
북한팀관계자들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남한의 두선수가 잇따라 큰 실수를 범한데다 자기측이 무난한 경기를 치러 경기종료직후 동메달을 확신하는 환호성까지 올렸으나 예상밖의 결과가 나오자 『남측이 심판을 매수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
이에 대해 한국팀관계자들은 『우리 선수들이 1백% 제실력을 발휘해 북한을 제친것이며 심판판정은 공정했다』면서도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북측심판에 의한 보복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어두운 표정.<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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