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는 광고가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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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최근 들어 출판업계에 광고전쟁이 치열하다.
연 4만종 가까운 도서가 쏟아져 나오는 출판업계에서 이제 광고는 판매경쟁을 이겨나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전략무기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89년 국내광고총량 1조2천억원 중 출판광고가 무려 5백억원(전체의 4·2%)을 차지했던 데서도 보듯이 출판사들은 책 광고에 엄청난 비용을 투입하고 있으며 새로운 매체개발이나 이용을 통한 광고방법의 다변화에도 가위혈안이 돼있는 상태.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출판업계에는 전과는 달리 『베스트셀러는 광고가 만든다』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엄청난 광고비투입으로 베스트셀러를 양산하고 있는 출판사로는 정신세계사가 단연 대표격이다.
정신세계사는 84년 선도소설 『단』을 출간, 지금까지 40만부 이상을 판매했으며 88년8월에는 『성자가 된 청소부』를 내놓아 71만부를 소화했다. 이 두 권의 초베스트셀러를 위해 신문·잡지·라디오 등의 매체에 투자한 광고비용은 5억원 이상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출판사는 올 6월에도 남태평양추장의 연설문집인 『빠빠라기』라는 책을 펴내 지금까지 3개월도 채못되는 기간동안 14만부를 찍는 대형베스트셀러로 부상시켰는데 여기에도 이미1억원 이상의 광고비가 투입됐다는 얘기다.
최근 베스트셀러시장을 독주하다시피해온 김영사는 국내 단행본 출판사상 초유의 밀리언판매기록을 세운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에 2억원 이상의 광고비를 들였다. 역시 장기 베스트셀러로 각각 25만부, 21만부가 팔린 『내가 배워야할 모든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와 『빵장수 야곱』에도 5천만원 내외의 광고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웅문』 『소설손자병법』등 전집형식의 베스트셀러를 낸 고려원도 광고비 투자에는 매우 과감한 출판사. 이 출판사는 『광고비 2천만원을 부어 10만권을 판다』는 기본전략아래 책을 출판하고 있으며 광고매체영역을 신문·잡지외에 TV로까지 확장,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있다.
TV매체를 이용하는 광고는 한 달에 수천만원씩이 소요되는 엄청난 규모의 단가 때문에 출판사로서는 꿈도 못 꾸던 것이었으나 몇몇 출판사에 의해 그 효과가 가시화되면서 최근 점차 이용이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TV에 책광고를 내보내고 있는 출판사는 고려원외에도 도서출판 다나· 금성출판사·웅진출판사 등이 있다.
매출액의 20%이상을 광고비로 계상하는 곳도 있을 만큼 출판계의 광고전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나친 광고료 부담에 눌려 이른바 「광고도산」 하는 출판사도 심심치 않게 생겨나고 있다고 들린다. 한 출판업자는『소설 한 권을 내고 광고비로 적어도 2천만원 수준은 투입해야 겨우 반응이 오는 현실에서 광고도산이 생겨나는 것은 조금도 이상할게 없다』고 말하고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출판사들은 신문· 방송과 같은 전통적 매체를 병용하면서 한편으로는 거리에서 도서안내 팸플릿을 배포하거나 자체회원제를 도입, DM(다이렉트메일·직접우편)으로 회보·신간안내책자를 보내는 등의 특수광고전략을 개발하고 있어 주목을 모으고 있다. 범우사는 약 2만여명, 정신세계사는 4만5천명의 자체회원을 두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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