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와 수교매듭짓는 「유엔 나들이」/최 외무 뉴욕에 가서 무엇을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의정서에 가조인 여부가 최대 관심/27일엔 중국외무와도 대좌… 관계개선 타진할 듯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23일 뉴욕으로 떠나는 최호중외무장관은 과거 한국의 어느 외무장관보다 더 큰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가입 신청은 하지 않기로 했지만 한소수교라는 획기적인 외교적 이벤트의 주역으로 등장한 데다 한중 외무장관간의 첫 만남에도 기대의 시선이 쏠려있기 때문이다.
○…최 장관은 9월24일부터 10월3일까지 20여개국의 외무장관을 만난다.
미ㆍ일ㆍ독 등 전통적인 우방은 물론 북방외교로 개척한 동구와 기타 공산권 외무장관도 만나 교류확대를 논의하게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30일께로 예정된 한소 외무장관 회담이다.
이미 양국 정상의 샌프란시스코회담에서 양국은 수교에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지만 「외무장관회담」이라는 형식은 이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최 장관은 21일 청와대에 들어가 노태우대통령에게 출국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양국관계의 외교적 발전에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지침」을 시달받았다.
구체적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최 장관은 셰바르드나제와 만나 수교뿐만 아니라 양국정상의 교환방문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관심거리는 한소 외무장관회담에서 수교의정서에 조인 또는 가조인까지 가느냐의 여부. 일부에서는 아직 의정서 단계는 아니라고 하나 급진전 예상도 있다.
또 이 회담에서는 양국간 경협규모의 윤곽도 정해질 것으로 보이는 데 20억달러 이상이라는 게 대체적인 추정이다.
○…셰바르드나제와 만나기전 27일 최 장관은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에서 열리는 아­태 지역 14개국 외무장관 만찬에서 우리나라 외무장관으로선 처음으로 중국 외무장관을 만난다.
비록 칵테일파티와 만찬장에서의 비공식적인 만남이지만 우리가 북방외교의 마지막 숙제로 남겨놓은 중국과의 고위급 정부교류라는 점에서 적지 않은 주목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91년에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의장국이 되므로 이번 접촉을 통해 지역내 경제협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중국도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이 지역의 외교적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암중모색중이며 한국과의 관게개선을 타진해 본다는 속셈이다.
관심을 모으는 한중 외무장관 접촉은 「좌석배치」라는 미묘한 문제가 걸려있다.
국제적 관례인 알파벳 순서로 하면 중국(CHINA)과 한국(KOREA) 사이에는 인도네시아(INDONESIA)와 일본(JAPAN)이 앉게 되지만 양국이 만찬의 공동 주최국이어서 다른 자리로 옮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되면 최 장관과 전기침 중국외무장관이 나란히 앉게 되며 의사교환의 기회는 더욱 많아진다.
외무부는 과연 한중 접근에 예민한 일본이 그런 배려를 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남북 총리회담의 지속적 성과를 위해 이번 유엔총회에서 우리는 가입신청을 보류키로 했지만 언젠가 필요할 경우 단독가입을 할 수 있는 여건은 확인해 둔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최 장관은 이미 「우리편」이 된 동구국가들과 과거에는 친북한적이었으나 최근 우리쪽으로 기울고 있는 국가들의 외무장관과 만나 유엔가입에 있어 「남한지지」의 발판을 더욱 다져놓을 심산이다.<김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