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본지 창간 25돌기념 특별회견/성병욱편집국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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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에 유무상통뜻 전했다/남북신뢰 쌓이면 주한미군도 조정/북경대회계기 대중 관계개선 기대/“임기중 민주ㆍ번영ㆍ통일 기틀 다질 것”/개헌은 국민뜻 따라 결정
­대통령께서 지난 8월로 임기 절반을 넘기고 이제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대통령으로 이루고자 하는 일을 임기중 무난하게 성취하실 수 있다고 낙관하십니까.
『1990년대 초반은 우리나라가 민주선진국가로,또한 통일된 나라로 나아가는 분수령에 선 시기라고 봅니다. 안팎의 큰 변화를 볼 때 통일도 1990년대 안에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나의 임기중 이루어야 할 일은 크게 다음 세가지로 요약될 것입니다.
첫째는 어렵게 연 민주화시대를 더욱 진전시켜 안정 속에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게 하는 일,둘째는 국민소득 5천달러 수준의 우리경제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번영된 선진국을 만드는 일,그리고 셋째는 북방정책의 결실을 거두고 국제환경을 성숙시켜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길을 여는 일입니다.
나는 우리가 맞고 있는 어려움과 도전을 결코 과소평가하지 않으나 나의 임기중 민주ㆍ번영ㆍ통일의 기틀이 굳건히 다져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9월초 북한의 총리 등 대표단이 서울로 와 남북고위회담이 열렸습니다. 의미있는 남북대화를 기피해온 북측이 서울로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북측은 종래의 폐쇄노선에서 벗어나 변화를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북 변화 이르지만/안팎으로 압력있어/변혁 거부못해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판단은 아직 이를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안팎으로 변화의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그리고 그들이 끝내 변화를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남북총리회담의 성사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유럽과 소련의 거대한 변혁 속에 북한만이 종래의 폐쇄를 고수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도 경제적으로는 벌써부터 개방ㆍ실용주의 노선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국가의 혁명적인 변화가 정치적으로 북한에 큰 충격을 주고 있음은 물론,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의 총리가 서울로 와 공식회담을 갖게 된 것이 변화라면 변화일 것입니다. 나도 북측 대표들을 청와대에서 만났습니다만… 북한측 대표의 태도도 많이 유연해진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만은 지난날과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나는 북한이 맞고 있는 내외의 현실을 볼 때 북한도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그들의 노선을 바꾸어가게 될 것으로 봅니다.』
­우리의 북방정책이 북한의 고립을 심화하여 남북관계를 더욱 어려운 국면으로 몰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북한측에 보낸 특별한 메시지나 그들에게 제시한 제안은 무엇이었습니까.
『우리가 소련 등 사회주의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은 결코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이점을 북한대표들에게도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남북간의 관계가 진전될 경우 북한은 미국ㆍ일본ㆍEC제국 등 서방국가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며 우리는 그것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유엔가입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남북한은 통일이 될 때까지 다함께 유엔회원국으로 가입하여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합니다. 유엔 회원국이 된다하여 분단을 고착화한다는 논리는 근거가 희박합니다. 독일의 경우처럼 통일이 되면 하나의 회원국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서울에 온 북한대표에게 남북한이 상부상조하며 유무상통하는 관계를 이루어나가자고 했습니다. 나는 우리가 북한체제의 안정이 위협받거나 북한이 혼란에 빠지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으며,그것은 우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으며,서로 돕는 어떠한 일도 흔연히 하겠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지난번 민족대교류를 제의했습니다만,북한이 이를 수락할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남북교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평양회담의 전망은 어떤지요. 남북간의 정상회담이 재임중에 이뤄질 것으로 보시는지요.
『북한이 당장 제한없는 교류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그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 제한된 교류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는 연로한 이산가족만이라도 그들이 돌아가시기 전에 그리운 처자와 친척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자고 간곡히 이야기했습니다.
남북간에 친선체육경기를 번갈아 개최하는 것도 민족화합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여유가 있는 각종 물자를 북한에 보내고 우리가 수입하는 자원을 북한으로부터 받는 경제교류는 당장에라도 실시할 수 있고 양쪽 모두에게 혜택을 줄 것입니다.
우리는 이처럼 작은 걸음으로부터 큰 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남북간에 믿음이 심어질 수 있으며 신뢰의 구축이야말로 남북 관계개선의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나는 서울회담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이에 따라 10월 평양회담에서는 진전된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는 언제 어디서라도 북한의 최고당국자를 만날 용의가 있다는 것을 거듭 밝혀왔습니다.
○북에 부담안주는/작은 교류부터 시작/믿음 쌓아갈 것
그것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며 정상회담은 남북간의 문제를 해결할 기본적인 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임기중에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평화구조의 정착을 위해서는 결국 쌍방의 군비축소가 초점이라고 여겨집니다. 어떤 과정을 통하여 휴전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쌍방의 병력이 감축될 수 있겠습니까. 어느 단계에서 미군의 철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시는지….
『군비경쟁과 전쟁은 서로 불신하고 오해하는 데서 연유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군비축소와 전쟁방지를 위해서는 서로간에 신뢰를 쌓는 일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번 남북총리회담때 기조연설을 통하여 군비통제에 관한 현실성 있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남북간에 정치ㆍ군사적 신뢰가 쌓이게 되면 주한미군문제도 한미 양국의 협의를 통하여 조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소간의 수교는 언제쯤 이루어지겠습니까. 대통령께서는 언제쯤 모스크바를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시는지요.
또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의 방한협의가 진행중인지,고르바초프대통령의 방한은 언제쯤 실현될까요.
『지난 8월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제1차 한소정부대표단회담때 양측은 경협과 수교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기본원칙에 합의하였습니다.
이것은 한소 수교를 앞당기는 중요한 성과였습니다. 오는 30일 유엔에서 첫 한소외무장관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는데 여기서 외교관계 수립이 공식화될 것입니다. 10월 하순으로 예정된 제2차 한소회담에서 수교에 따른 부수협정 등이 체결될 것입니다.
샌프란시스코회담때 고르바초프대통령과 한소 정상의 교환방문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현재 방문시기 등 구체적 협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지만 두 나라 대통령이 수교가 이루어진 뒤 적절한 시기에 서울과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일 것입니다.』
­한소 양국간의 경제협력에 관한 협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또한 경협의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소련은 아시아ㆍ태평양지역에서 한국을 가장 중요한 경제협력의 대상국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한소 두 나라의 경제구조가 서로 보완적이고 소련이 필요로 하는 소비재와 생산설비ㆍ기술을 공급할 능력을 우리가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소는 보완관계/우리 경제의 새 무대/경협협의 순조
우리로서도 소련과의 교역과 경협은 우리 경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입니다. 소련은 광대한 시장일 뿐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많은 자원과 첨단과학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현재 경협에 관한 협의도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무역협정과 항공협정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졌고 올해 안에 투자보장ㆍ이중과세방지협정과 과학기술협력에 관한 협정도 체결될 것으로 봅니다.
이들 협정이 체결되고 수교가 이루어지면 우리 기업의 대소 교역과 투자를 촉진할 여건이 마련될 것입니다.』
­중국과의 관계개선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북경에서 아시아경기가 열리고 있습니다만,우리 선수단은 물론 수천명의 우리 국민이 이 아시아인의 축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시아경기와 서울올림픽을 치른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의 성공을 위해 성의있는 협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번 북경대회를 계기로 양국 관계가 한차원 높게 발전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물론 가능한 한 조속한 시일 안에 외교관계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최선의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도 있을 것이므로 우리는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습니다.』
­페르시아만사태와 관련하여 미국이 우리에게 군사비 등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군 파병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페르시아만의 전운은 우리에게도 결코 강건너 불이 아닙니다. 이라크의 침공으로 배럴당 18달러 수준이던 원유가가 현재 32달러선으로 뛰었습니다.
이 사태가 전쟁으로 폭발한다든지 장기화 될 경우 유가는 4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와 국가이익에도 결정적인 타격을 주게 될 것입니다.
원유값이 1달러 오르게 되면 우리나라는 연간 3억2천만달러의 추가부담을 해야 합니다.
32달러선으로 오른 현재의 유가를 이 사태 이전의 18달러와 비교해본다면 연간 50억달러 이상을 우리가 원유값으로 추가지불해야 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여러 나라가 가능한 한 단기간에 효율적인 조치를 통해 페르시아만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우리의 국가이익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우리는 6ㆍ25 남침을 당했을 때 미국과 유엔의 큰 지원을 받았습니다.
무역과 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미국의 중동평화 노력에 우리는 지원을 해야 할 입장이며 그것은 우리의 국가이익에 합치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에 대해 미국은 4억5천만달러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과도한 요청이라 보지 않습니까. 지원한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언제 하겠습니까.
『4억5천만달러 요청설은 잘못 전해진 것입니다. 미국은 현재 10만여명의 육ㆍ해ㆍ공군병력을 페르시아만지역에 파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달에 약 10억달러의 추가군사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의 경제규모 등을 고려하여 미국의 군사비로 1억5천만달러 정도를,그리고 인접국에 대해 2억달러 수준의 원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적절한 수준의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원은 전액을 현금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지원시기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적시에 해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통일에 대비하고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데는 내각책임제가 바람직한 제도라고 평소 말씀하신 것으로 듣고 있습니다.
국민이 반대하면 개헌은 하지 않는다고 거듭 말씀하시는데 연내에 개헌논의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개헌논의의 중단을 뜻하는 것인지,아니면 본격적인 논의시기만을 연기한다는 것인지….
『나 자신 3년전 6ㆍ29선언을 했을 때에도 내각책임제가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제도라고 생각했으나 대통령을 직접 뽑아야겠다는 것이 국민들의 뜻이었기 때문에 그 뜻을 받아들였습니다.
○개헌엔 사심없다/정치권 불신받으니/학계 등 앞장을
민주국가에서 어떤 정부형태를 선택하느냐는 것은 국민의 의사에 따라 결정될 문제입니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국정현안이 산적해 있어 개헌문제를 다룰 시기가 아니라는 데 당내 의견이 모아져 있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는 정치권이 파당적 이익에 얽매이는 데다 불신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학계ㆍ언론계 같이 객관적인 입장의 지도적 인사들이 각 제도의 장단점과 선거과정의 문제점들을 본격적으로 부각시켜 여론을 이끌어주면 좋겠습니다.』
­개헌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격렬한 반대와 국민의 오해가 재개될 수 있는데 헌법을 다음 대통령선거 전까지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국민의 이해도가 낮을 경우엔 14대 총선을 치러본 후,또는 다음 대통령선거 후로 늦출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개헌문제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주장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진정한 민주주의시대를 여는 데 앞장섰던 나로서는 개헌문제에 관한 한 아무런 사심이 없습니다.』
­다음 정부형태에 대한 시비가 가라앉지 않고 있어 민자당의 차기 집권전략의 향방도 점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후계 정치인물이 어떻게 부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지요. 혹 이런 인물이 앞으로 민자당과 우리 정치를 끌어나가야 한다고 의중에 둔 인물은 없으신지요.
『적절한 시기가 되면 당은 당헌이 정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분을 선출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정계 일각에서는 세대교체를 비롯하여 새로운 정치시대가 열려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치의 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지금의 정치지도자들의 보다 자기희생적인 자세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어느 시대,어느 나라에서나 정치권의 세대교체문제는 언제나 제기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대의민주주의 정치에서 세대교체가 인위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또한 현재의 정치지도자들이 그동안 국가와 민족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과 헌신이 과소평가되어서도 안될 것입니다.』
­김영삼대표ㆍ김종필최고위원과 당을 함께 운영하시는데 조화가 잘 이뤄지는지요.
『나는 그분들과 국정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두 분 또한 당운영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중요한 문제에 관해 좋은 말씀을 해주고 있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금년 안에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안정을 이룩하시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피력하신 바가 있습니다. 그 성과가 과연 나타나고 있는지요.
『지난 5월7일 내가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까지 모든 공직자들이 헌신적으로 노력해왔습니다.
이제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공감대도 확고해졌습니다. 각계각층이 합심하고 노력한 결과 이제는 지난 3∼4년간의 전환기적인 상황은 분명히 끝났다고 봅니다.
경제적으로 국내외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치안상태가 국민의 불안을 가시기에는 아직 미흡하지만 안정의 큰 줄기는 잡혀가고 있습니다.
현재 야당이 국회에 들어오지 않고 있어 국민들은 정국에 불안을 느끼고 있으나 야당도 시급한 민생문제와 내년도 예산심의를 등진 채 원외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정부가 국군의 날ㆍ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가 이를 백지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여론에 밀린 것 아닙니까. 이래서 정부시책의 일관성에 대한 믿음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창 일해야 할 가을철에 쉬는 날이 너무 많아 수출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올해는 종전대로 공휴일로 지내고 내년부터는 기념일로 하겠다는 것이지,방침을 백지화한 것은 아닙니다.
당초 공휴일을 줄이기로 한 것인데 규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공휴일로는 그냥 남겨두고 관계되는 기관만 휴무하도록 성안이 되어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이번 연휴가 지난 뒤 규정을 고칠 것입니다.』<정리=이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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