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정보로 유방암 사전 차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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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멜로디 스톡스(40)는 5자매 중 막내다. 맏언니 브렌다(60)는 지금까지 유방암 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다. 지난해에는 다른 언니 신디가 47세에 유방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언니는 평소 예쁘고 발랄했다. 하지만 죽음에 임박해서는 아주 연약한 병자로 변했다"고 멜로디는 말했다. "내 가족이 그런 고통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멜로디는 혈액검사를 받았다.

자신도 두 언니처럼 유전자 BRCA2의 변이(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확률을 높인다)를 갖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 운명만은 필사적으로 피하고 싶었다. 그러나 역시나였다. 두 달 뒤 양쪽 유방을 절제했다. 올 여름에는 자궁적출 수술까지 받았다. 멜로디는 헤서(11)와 다니엘(8) 두 딸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엄마가 신디 이모처럼 끔찍한 병마에 시달리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단다." 그러자 두 딸이 환한 미소로 자신을 격려해주었다고 멜로디는 말했다.

10년 전 이맘때 유방암 유전자 BRCA1, BRCA2 변이 검사법이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의사들은 처음부터 득보다 실이 많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검사 결과 양성판정이 나오면 보험자격을 상실하거나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환자의 정서도 황폐해질 수 있다. "환자들이 자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뉴욕 메모리얼 슬로언-케터링 암 센터의 케네스 오핏 박사가 말했다.

요즘엔 그런 우려가 대부분 불식됐다. 대신 전에 없던 중대하고 윤리적으로 복잡한 문제가 대두됐다. 건강한 여성들이 (유방암 절제와 같은) 극단적인 수술을 받아야 하나? 양성반응이 나온 부모들은 자녀에게 뭐라고 해야 하나? 가족 중 한 명은 검사를 원하지만 다른 가족이 원치 않는다면? 사실 멜로디 같은 여성들이 "자신도 모르게 전적으로 새로운 의학 시대를 연다"고 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 힐 캠퍼스의 제임스 에번스 박사는 말했다.

유전자 검사는 유방암처럼 변형 유전자가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또 양성 판정이 나왔을 때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경우에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BRCA 1, 2 유전자 변이(유방암의 5 ̄10%가 이 유전자 변이 때문에 발생한다)가 발견된다고 해서 반드시 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BRCA 1, 2 유전자 변이는 발병 가능성을 크게 높인다.

유방암 환자의 비율은 전체 여성 인구의 7% 정도이지만 이 유전자 변이 양성 판정을 받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87%나 된다. 요즘은 정기적인 MRI 검사와 예방적 혹은 위험 요인 제거 수술을 통해 자신의 위험을 과거 어느 때보다 공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슬로언 케터링의 오핏 박사는 설명했다. "지금은 정보도 있고, 그 정보로 뭘 해야하는지도 안다"고 플로리다주 보카 레이턴 커뮤니티 병원의 루이스 모렐 박사가 말했다.

유전자 검사는 아직 초보 단계이지만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한다. BRCA 1, 2 검사법을 소유한 미리어드 지네틱스는 지금까지 10만 명을 검사했고, 요즘은 하루 200명 이상을 검사한다. 리브카 프롬과 두 딸 코트니(26), 칼리(22)도 그 검사를 받았다. 리브카의 모친은 난소암으로 40세에 사망했다. 리브카도 2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그 후 리브카와 두 딸은 BRCA1 변이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판정 결과는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리브카는 사실을 안 뒤 오히려 안심했고, 양쪽 유방 절제수술을 받았다. 내년 2월 결혼하는 코트니는 조치를 서두른다. 그녀는 30대 중반까지 자녀 두 명을 낳은 뒤 유방을 절제할 생각이다. 대학교 2학년인 칼리는 심경이 착잡하다. "너무 무섭다"고 칼리는 말했다. 미래의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상태를 언제쯤 밝힐까? 그 사실을 알게 된 남자친구가 자신을 버리진 않을까? 이런저런 걱정이 많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건강을 스스로 관리하게 된 걸 다행으로 생각한다. "언젠가는 내 생명을 구해줄 검사였다고 생각한다."

예방차원의 유방 절제수술을 받느냐 여부는 극히 개인적인 결정이다. 변이 유전자를 갖고는 있지만 여전히 건강한 여성들은 대부분 수술에 반대한다. 데보라 포스너(39)는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유방 절제수술에 관해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참을 수가 없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지난 봄 유방 X선 사진을 찍고 난 뒤 겁을 먹고는 마음을 고쳐먹고 지난 6월 수술을 받았다.

이런 수술은 유방암 발병률을 적어도 90%까지 줄여주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그리고 그런 대형 수술에는 위험이 따른다. "너무 과격한 수술이라고 생각하는 의사와 여성들이 있다"고 조지타운의 롬바르디 컴프리헨시브 암 센터의 마크 슈바르츠가 말했다.

양쪽 유방 절제수술이 유일한 외과적 선택은 아니다. BRCA 1, 2 변이를 가진 여성들 중에서 특히 아이를 낳은 경우에는 대안으로 난소를 제거한다. 또 일부는 포스너처럼 유방과 난소 양쪽을 다 제거하기도 한다. 난소 절제술은 복강경 검사로 진행되며 폐경기 이전의 여성들에게는 이점이 두 가지로 늘어난다. 유방암보다 발견이 훨씬 어려운 난소암 발생 위험을 최소 90%까지 낮출 뿐 아니라 유방암 위험도 절반 정도로 줄여준다. 유전자 검사 내용을 자세히 알려줌으로써 환자가 자신이 처한 사정을 완전히 파악한 상태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슈바르츠는 말했다.

유전자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런 검사가 허용되는 선이 어딘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태아 단계에서부터 유전자 검사를 해야 할까? 이미 몇몇 병원은 BRCA 변이 유전자를 가졌다고 판명된 부부의 배아를 착상 전 유전자 분석(PGD) 기술로 검사한다. 그런 다음 변형 유전자를 갖지 않은 배아만 골라 착상한다.

디트로이트 소재 발생 유전학 병원의 마크 휴즈 박사는 이 병원에서 PGD 검사로 19명의 건강한 아이들이 태어났다고 말했다. 이 방법은 논란이 많다. 성인이 돼서 발병할 수도, 또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질병의 경우 특히 그렇다. 그러나 휴즈는 가족들이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환자들은 휴즈에게 "우리 가계에서 이 몹쓸 질병을 영원히 제거하고 싶다. 지긋지긋하다"고 말한다.

멜로디 스톡스도 같은 생각이다. "자기 건강을 챙기는 의학기술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라고 멜로디는 반문했다. 향후 수년간 계속 메아리칠 질문이다.

<뉴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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