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보상비 받은 농민 수두룩"

중앙일보

입력

이코노미스트

조용철 기자


"김포.검단 신도시 발표 이후 어떻게 달라질까요?"

"더 이상 농부들이 농사를 안 짓지 않을까요?"

김포신도시 개발 발표 이후 지난 9월 토지 보상을 받은 S(27)씨는 그렇게 반문했다. S씨의 아버지는 김포 토박이로 30년 이상 농사만 지은 농부다. 김포신도시 개발지구안에 논.밭 3000평 이상을 갖고 있던 S씨 집안은 100억원 이상을 보상받았다. 올해도 일정량의 수확을 거뒀지만 김포신도시 개발이 본격화되면 농사를 그만둬야 한다. S씨는 대학 졸업 후 그 돈으로 서울에서 장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는 생각이 다르다. 조상 대대로 내려온 땅으로 번 돈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S씨 아버지는 "김포를 떠나지 않고 이 돈으로 남은 인생을 편히 살겠다"고 말했다. 김포신도시 개발지구에 포함되지 않은 약간의 땅이 있지만 굳이 생업을 위해 농사를 짓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2005년 김포신도시 개발 계획이 확정되면서 많은 농민들이 큰 돈을 만지기 시작했다. 한국토지공사 김포사업단은 지난 9월까지 1조4000억원을 보상비로 내놓았다. 협의대상 건물에 해당하는 가옥 631채와 공장 278동, 상가 214동 등 총 1123동 소유자 996명에게는 1331억8000만원이 보상됐다. 또 158만평에 달하는 토지보상비로 1조2700억여원을 지급했다.

S씨는 "우리집 뿐만 아니라 주변 이웃들도 100억 이상씩 보상을 받았다"며 "대부분 김포 토박이인지라 이사 등 특별한 계획없이 남은 인생을 편히 살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포 내 토지와 주택거래가 활발하지는 않은 편이다. 보상받은 땅 주인 70%가 외부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9800억원 가량이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김포에는 30% 규모인 4200억원 정도만 남아있다. I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김포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기 때문에 외부인은 땅을 살 수가 없다"며 "보상이 많다고 하더라고 실제로 유통되는 규모는 700억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포신도시를 358만평으로 확정, 2013년까지 완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는 장기지구만이 2008년 입주를 목표로 분양을 거의 마친 상태이다. 나머지 지역은 공사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원래 그대로 논과 밭이 펼쳐져 있다. 올해도 농사를 지은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 중 공장지대가 많은 운양동이 문제되고 있다.

운양동에는 현재 2000여개의 공장이 있다. 토지공사 측은 올해 말까지 공시지가 180%를 보상으로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보상이 내년으로 미뤄지면 기준시가가 보상기준이 되는 것이다. 운양동 공장 관계자는 "기준시가로 보상이 이뤄지면 공시지가의 60%정도만 보상을 받게 된다. 공장 이전 등 문제를 안고 있는 업체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면 생계에 큰 위험이 닥친다"고 말했다. 현재는 토지공사 측과 공장업체들이 적정 보상기준과 시기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중이다.

김포신도시 개발지구는 '뼈다귀' 모양이다. 가운데 위치한 석모리와 운유산 일대가 군사 중요 작전지역이기 때문에 발전이 불가능하다. 김포신도시 개발지구 남쪽에는 해병대 포병부대가 위치하고 있다. 포병부대 측은 "석모리에 5층 이상의 아파트가 세워지면 포 시야가 가려 원활한 작전을 펼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개발이 일부 허가된 석모리 지역에는 5층 이상의 주택을 지을 수 없다.

김포신도시 발전과 더불어 김포시청 일대에도 상권이 발달하고 있다. 예전에도 상권을 형성했지만 김포신도시의 영향으로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김포시청이 있는 사우동(김포3동)에는 세무소.법무사.등기소가 생기고 있다. 2년 전과 비교해 음식점 수가 120여개 정도 문을 열었다(김포시청). 서진수(24) 씨는 "상권 발달과 더불어 관공서들이 많이 생겨 행정 일을 보는데 많이 편리해졌다"고 말했다.

김포신도시 개발지구와 맞닿은 남쪽에는 얼마전 개발이 발표된 340만평의 검단신도시가 위치하고 있다. 검단신도시는 마전지구와 원당지구을 중심으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상태이다. 마전지구는 48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며 200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1개단지 분양만이 남은 상태이다.

마전지구에 위치한 H부동산 관계자는 "24평형 아파트는 2억5000만원선에서, 33평형은 3억2000만원에서 실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원당지구 역시 2007년 완공을 목표로 1개단지만이 분양을 남긴 상태이다. 이 밖에도 불로지구 3200가구, 당하지구 5500가구가 분양을 마쳤다.

검단신도시의 번화가는 검단사거리(서구 검단1동 일대)이다. 수도권 중소도시 못지않은 상권이 형성되고 있었다. 영업을 준비하고 있는 H미인클럽이 간판을 달고 있었다. 또 노래방, 주점 등이 건물마다 위치하고 있었다. 요식업체만 하더라도 2004년과 비교해 115개가 늘었다(인천 서구청).

지난 9월부터 영업을 시작한 한 음식점 주인은 "검단이 신도시가 된다는 소문을 듣고 개업했다"며 "요즘은 상가를 알아보러 오는 사람이 눈에 많이 띈다"고 말했다.

김포.검단신도시가 개발됨에 따라 김포 일대는 큰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내년 완공을 목표로 일산과 김포를 잇는 일산대교가 공사 중이다. 일산대교는 강화 초지대교까지 6차선 도로로 이어진다. 토지컨설턴트 장애진씨는 "현재 김포는 도로 등 기본 인프라 구축이 미약하다. 일산대교가 완공되면 강화 ̄김포 ̄서울을 잇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포신도시 내 일부 도로도 확장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쓰레기매립지 지역(대벽리)에도 46만평에 달하는 호수공원이 2008년에 들어설 계획이다. 일산호수공원의 1.5배 크기이며 담수량도 4배 이상이다. 장애진씨는 "호수공원이 완공되면 신도시와 전원도시, 두 가지 역할을 하는 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포는 2016년까지 '물류거점도시'로 재탄생을 계획하고 있다. 아직 미정이지만 북한 개풍군과 1.4km 길이의 다리가 놓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다리를 통해 개성공단과 서울 간의 물류교류가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최남영 기자.hynews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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