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월반한 우등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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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미당 서정주(1915~2000)의 초등학교 학적부(사진)가 처음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학적부는 미당의 유일한 학적부다. 미당은 초등학교 졸업 이후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

미당 학적부는 동국대 국어교육과 윤재웅 교수가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에서 입수했다. 미당의 제자이기도 한 윤 교수는 4일 미당문학제 기간 중에 열리는 학술회의에서 학적부 발굴 사실과 미당의 초기 생애를 재조명하는 논문을 발표한다.

학적부는 세 장 분량(표지 포함)이다. 표지에는 '줄포국민학교 학적부'라는 한자가 세로로 쓰여있다. 미당은 1924년 줄포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해 5년간 다녔다. 당시 초등학교는 6년제였지만 미당은 5학년을 월반했다. 그 증거가 학적부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5학년 기록이 전혀 없는 것이다.

학과성적을 보면 미당은 우수한 학생이었다. 창가와 체조 과목이 1학년 때 10점 만점 중 7점을 받았을 뿐, 나머지 과목은 5년 내내 8~10점을 받았다. 특히 조선어와 일본어 과목은 6학년 때만 빼고 10점 만점이었다. 6학년 때 처음 배운 일본역사의 점수는 8점으로 점수가 낮았다.

'입학 전 경력'에 '통감(通監)'이라고 적힌 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서당 교육을 받았다는 뜻이다. 1915년생의 미당은 호적에 1914년생으로 기재되는 바람에 학적부에도 다이쇼(大正) 3년(1914년)생으로 기록됐다.

윤재웅 교수는 "미당의 초기 생애에 관한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미당 학적부는 매우 소중한 문학적 자료가 될 것"이라며 "조선어로 시를 썼다는 죄목으로 44년 4월부터 석 달간 구속됐던 일을 밝히는 증거를 찾다가 우연히 학적부를 발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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