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 "폭행·욕설 이젠 못참아" 고참병 살해 후 불 질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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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8시50분쯤 경기도 성남시 육군행정학교 구내매점에서 관리병 崔모(22)이병이 반모(21)일병을 빈 병으로 때려 실신시킨 뒤 몸에 인화성 물질을 뿌리고 불을 질러 반일병이 숨졌다.

육군은 29일 "화재 발생 여섯시간 만인 29일 새벽 부대 인근 공중전화에서 여자친구와 통화하던 崔이병을 살인 및 방화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崔이병은 이날 영업결산을 하던 중 고참병인 반일병이 욕설을 하는 데 격분해 빈 병을 휘둘러 실신시켰다. 崔이병은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종이를 모아 스프레이형 윤활제를 뿌린 뒤 불을 지르고 철조망을 넘어 부대 밖으로 달아났다. 이날 불로 44평 규모의 매점 건물과 매점 물품이 모두 불타 9천만원의 재산피해가 났다. 현장에 출동한 성남소방서 측은 불을 끈 뒤 건물 내부에서 반일병의 시신을 발견했다.

군 수사당국은 당초 낡은 매점에서 누전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했으나 崔이병이 사라진 것을 이상히 여겨 긴급체포해 범행 일체를 자백받았다. 崔이병은 지난 8월 22일 입대해 훈련을 마친 뒤 이달 12일 이 부대에 전입했다.

崔이병은 "평소에도 사소한 실수로 폭언을 들었고 지난 27일에는 폭행을 당했다. 이날도 판매액수 등을 대조하다 반일병이 '넌 도저히 안 되겠다. 꺼져버려라'고 폭언하자 흥분해 빈 병으로 때렸으며 처벌이 두려워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고 군당국은 전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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