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차 전문서 '동다기'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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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차(茶)에 대한 한국 최초의 책인 '동다기'(東茶記)가 발견됐다. 그간 제목 정도만 알려져 있었고, 저자 또한 다산 정약용으로 추정됐으나 이번 발견으로 저자가 이덕리(李德履.1728~?)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민 한양대 교수(국어국문학)는 전남 강진군 이효천 씨 집안에서 '동다기'를 찾았다고 2일 밝혔다. 다산 강진 유배 시절 제자인 이시헌(李時憲.1803-60)이 필사한 이덕리의 시문 묶음집(110쪽) '강심(江心)' 중에 들어있었다. 원래 제목은'기다'(記茶)이며 모두 10쪽 분량이다.

'강심'은 이덕리가 1785년 전후 진도 유배시절에 지은 것으로 나타났다. 책을 필사한 이시헌의 "이 한 책(강심)에 적힌 사(辭)와 문(文), 그리고 시는 바로 이덕리(李德履)가 옥주(沃州)에서 귀양살이할 때 지은 것이다"라는 말에서 확인된다. 이덕리는 정3품 절충장군을 지낸 무인으로 1776년 사도세자 복권 움직임과 관련한 상소 사건에 연루돼 진도에서 18년 이상 유배생활을 했다.

정민 교수는 "'동다기'는 초의선사의 '동다송' 보다 적어도 50년 앞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차문화 전문서"라고 말했다. '동다기'에는 당시까지만 해도 조선에 차 마시는 풍습이 희귀했으며, 1760년 남해에 표류한 차 무역선에서 얻은 차를 조선에서 10년 동안 다려 마셨다는 사실 등이 기록됐다.

초의차문화연구원 이사장인 여연 스님은 "초의선사의 '동다송'에 '동다기' 일부가 인용돼 실체를 궁금해왔다"며 "중국.일본에 비해 차 관련 고전 텍스트가 빈약한 한국 차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심'에는 다산 저술로 여겨졌던 '상두지'(桑土志)가 함께 발굴됨으로써 이 역시 이덕리 저작으로 밝혀졌다. '기연다'(記煙茶)라는 담배 관련 논술도 발견됐다. 이 분야 최초 저술로 알려진 이옥의 '연경'(煙經)보다 20년 정도 빠른 것이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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