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도 반격 태세 "입 열면 민주당 분해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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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29일 공식 대응을 시작했다. 민주당이 잇따라 제기한 대선자금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 선대위 재정국장으로 실무총책이었던 김홍섭 열린우리당 총무팀장이 나섰다. 그는 이상수 총무위원장과 장시간 대책회의를 했다. 그러나 예상됐던 민주당 총선자금과 관련한 폭로는 없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당 지도부의 판단 때문이다.

金팀장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노관규씨가 회계 전문가인 검사 출신이라는데 정치자금법이나 제대로 읽어봤는지 의문"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엉터리 자료를 가지고 마치 큰 의혹이 있는 것처럼 음해한 대목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1백28억원 허위 회계처리' 주장에 대해 "명백한 허위 사실 유포로 회계는 지극히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73억6천만원을 임의로 사용했다'는데 이는 정당 활동비로 지급한 돈으로 정당회계에 포함시키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치자금법에는 선대위에서 쓴 돈이라 할지라도 항목에 따라 정당활동비로 처리하게 돼 있다"고 했다.

'대선 후 후원금 입금'과 관련해서도 그는 "선거 직후 선대위에 자금 소요가 없었다가 1월에 자금 소요가 많아져 그때 처리한 것"이라며 "그쪽에서 주장하는 대선잔금이나 당선축하금이 아니라 제주지부 후원금"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의 '돈 세탁' 주장에 대해서는 "'중앙당 통장 명의를 빌려 34억원을 돈 세탁해 선대위 재정국에 넘겼다'는데 이건 세탁이 아니고 정상적인 처리"라며 "후원금을 모아 시도지부에 기부하고, 시도지부는 중앙당에 지원한 것이며 회계보고에도 정확히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金팀장은 "특히 이 부분은 꼭 고발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쟁점이 되고 있는 제주후원회와 관련해 그는 "제주 후원회장을 교체하면서 지난해 12월 중순에 이상수 총장이 한화갑 대표에게 양해를 구했고, 韓대표도 적극 협조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회견 후 金팀장은 "일단은 그쪽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만 밝힌다"면서 "내가 진짜 입을 열면 민주당은 공중분해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한 당직자는 "지난 총선 후 민주당 회계장부에는 1백억원이 있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한푼도 없었다. 명백한 횡령이다"라는 말도 했다. 그러나 당 공식라인에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진화했다. 당 핵심인사는 "총선자금과 관련한 민주당 내 불법행위를 몰라서 가만있는 게 아니다"라며 "민주당과 싸우는 국면으로 가면 한나라당 SK비자금 정국이 덮인다는 고민 때문에 시기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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