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한지공예 해외무대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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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유산인 전통 한지 공예품이 처음으로 해외에 본격소개 된다.
한국자수박물관(관장 허동화)은 오는15일부터 12월9일까지 일본의 오사카 민예관에서, 91년1월4일부터 3월24일까지 도쿄 민예관에서 잇따라「한국의 전통지공예전」을 연다.
두 민예관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 전시회에는 책장·서류함·실첩·바느질그릇 등 20여종의 전통 한지공예품 2백42점이 선보인다.
이 전시회기간 중에는 허동화 관장이 우리의 전통한지공예에 대해 6차례에 걸쳐 강연도 할 예정이다.
전시작품들은 한국자수박물관이 지난 10여 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수집해 온 것들로 우리나라의 전통 한지공예품이 체계 있게 정리되어 있다.
한지공예는 물자가 귀했던 조선시대에 못쓰게 된 종이를 이용해 생활용품을 만들어 쓰면서 형성된 우리고유의 생활예술품으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실용성과 예술성을 함께 갖춘 한지공예품에는 우리조상의 슬기와 예술감각, 그리고 근검절약의 정신이 잘 배어 있다.
한지공예품은 지난 86년 아시안게임 때 자수박물관에서 일부 선보였을 뿐 아직까지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일반공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문화부 문화재관리국은 지난8월 이번 일본전시 허가과정에서 일본 내에서 본격적인 학술발표를 하지 말 것과 전시품목의 도 록을 만들지 말 것을 조건으로 작품의 반출을 허가했었다.
옛사람들은 못쓰게 된 헌종이나 자투리 종이들을 모아 이를 겹치거나 꼬는 등 여러 기법으로 기물을 만들고 이를 채색해 아름다운 생활용품을 만들어 냈다.
이처럼 한지공예가 발달한 것은 비단처럼 질기고 부드러운 우수한 품질의 한지인 닥 종이(저지)를 생산해 냈기 때문이다. 현재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닥 종이는 1천2백여 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무구정광대타나니경을 담은 것이다.
한지문화는 조선조 중기부터 크게 활기를 띠면서 종이의 보급이 풍부해졌고 조상들은 쓰다 남은 종이를 모아 생활용품을 만들었다.
제조기법은 지도기법·지호기법·지승기법 등 세 가지가 주로 쓰였다.
지도기법은 종이를 여러 장 겹쳐 발라 두꺼운 종이를 만들거나 나무골격에 두세 겹 바르는 방법으로 쌈지나 반짇고리·장롱 등을 만들었으며 채색을 하고 기름칠로 마감하기도 했다.
지호기법은 휴지나 파지를 물에 불려 풀과 섞어 찧어 점토처럼 만든 후 합·함지 등 주방용품을 만드는데 주로 쓰였다.
지승기법은 종이를 꼬아 끈을 만든 후 기물을 엮어 만드는 방법으로 망 태·항아리·필통·요강·돗자리 등을 만들었다.
이같이 다양한 한지공예품들은 자연염료로 그림을 그리거나 채색함으로써 실용성과 함께 독특한 예술성을 살렸다.
일본에서는 종이 접기, 중국에서는 종이 오리기 등의 방법을 통한 종이공예가 있으나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단순한 공예작품들이다.
허 관장은『우리나라의 현대종이공예품들은 대부분 실용성을 배제하고 있으며 인공염료를 사용함으로써 전통 한지공예품과 같은 아름답고 친근한 색감을 이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우리를 초청한 일본측은 바로 우리의 한지공예에 담긴 슬기와 예술적 감각을 배워 이를 현대적 산업으로까지 연결시키려 하는 것 같다』며 우리 전통문화유산의 보존과 발전을 강조한다.
한국자수박물관은 70년대 중반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우리의 전통자수전시회를, 80년대 중반 이후 전통보자기전시회를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10여 차례 개최해 호평 받아 왔다.
이번 한지공예전시회는 일본에 이어 유럽에서도 열릴 계획이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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