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재 "책 읽듯 연기해도 회당 1천만원" 일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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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경력 50년차의 베테랑 배우 이순재가 후배 연기자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1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MBC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기획 MBC 제작 초록뱀미디어)제작발표회 후 진행된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신인 연기자들에게 뼈 있는 쓴소리를 남긴 것.

"현재의 드라마 시장은 예술적 성취보다 상업적 성취를 중요시 하는 게 기정 사실화되어 버렸다. 특히, 요즘 나오는 신인급 배우들을 보면 닦지도 않은 과일을 바로 따 시장에 내보내는 격이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자질 있는 배우들이 다양한 작품에서 변함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반면, 드라마로 인기를 얻은 반짝 스타들은 CF를 통해 큰돈을 버는 데만 관심을 갖고 자기계발에는 게으르다. 또한 요즘 TV를 켜면 '대사만 외우면 누구나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정도로 연기력에 문제가 있는 배우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순재는 이러한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시청률 지상주의를 꼽았다. 또한 톱스타·신인 가릴 것 없이 치솟은 몸값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책 읽듯 대사 치는 연기자도 회당 1,000만원을 받아간다. 연기자에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감각과 재능에 한참 못 미치는 연기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

이순재는 준비 안된 배우들이 주연급으로 캐스팅 되는 것은 드라마의 전체적인 질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한류 열풍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우려의 시각을 내비쳤다.

또한, 최근 트렌드화 되어버린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해서도 따끔한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대중문화의 경계가 없어진 지금,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수 이름 팔아 연기하고 시청자들에게 이해해 달라는 태도는 옳지 않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고 "요즘은 연기가 신통치 않으면 시청자들이 가장 먼저 비판의 목소리를 남긴다"며 탈장르를 보편화시키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신중함을 요구했다.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래 50여년 동안 다양한 캐릭터,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며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군림하고 있다. 특히, 92년 출연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를 통해 원조 한류스타로 각광받기도 했다.

이날 이순재의 발언은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스타에 대한 의미와 역할에 대한 반성의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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