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대회 페만 사태로 끝내 "얼룩"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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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북경아시안게임이 결국 정치로 오염, 화합단결 대신 갈등과 대립에 빠진 국제사회현실의 거울로 전락되고 있다.
아시아 스포츠무대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해 온 한국·일본·인도네시아·중국·인도가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반 이라크세력에 동조키로 입장을 선회, 아시아드로부터 이라크가 축출될 것이 확실해졌다. 그러나 현재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에 의한 이라크 제재가 불가하다는 친 이라크 국가가 최소한 3∼4개국에 이르며 OCA가 이라크를 축출할 경우 이들 국가가 대회를 보이콧할 가능성도 있어 아시안게임은 또 한번 분열의 불행을 겪을지 모른다.
한국은 최근 북경대회에 이라크의 사가저지를 강력하게 요구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스만 알 사드 특사(청년 복지부차관)에게『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중대도발』이라고 규정하고 『이라크제재 등 제반문제를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측과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혀 종전의 중립표방에서 사우디아라비아지지 쪽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사이에서 고심해 온 정부는 이 문제가 매우 민감한 사안임을 감안, 이라크제재 여부에 대한 태도표명은 오는 16일 동경 국제올림픽위원회(IOC)총회를 지켜본 후 결정키로 하고 일단 유보했다.
특히 정부는 알 사드 특사에게『이라크제재문제와 관련, 일본·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집중 협의할 방침을 전달, 이라크 제재문제를 둘러싸고 이들 국가들과 활발한 막후접촉을 벌일 계획임을 암시했다.
최근 정동성 체육부장관을 면담한 알 사드 특사는 『이라크의 출전여부를 묻는 38개 회원국들에 보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의 서면질의서에 한국이 찬반을 표시하지 않은 사실에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입장을 전달하고『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것은 세계평화를 위협한 불법적 행위로 규탄 받아 마땅하며 한국이 이라크제재에 동참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 알 사드 특사는 정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OCA회교국들이IOC와 OCA회원국들에 이라크제재를 위해 활발한 로비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실토하고 『이라크가 끝내 제재되지 않을 경우 OCA아랍 국들이 대거 북경대회에 불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스포츠와 정치의 분리를 강력히 주장해 온 중국도 북경대회가 파행위기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이라크제재 쪽으로 선회,「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 OCA총회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북경아시안게임대회 조직위원회 허전량 부위원장은 OCA회장선거에 사우디 등 OCA아랍국가들을 끌어들이려는「계산」을 하고 있으며 북경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이라크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OCA간부들에게 간접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OCA의 이라크제재 찬·반 질의서와 관련, 일본은 OCA에 전문을 보내 OCA회원국들의 투표는 바람직하지 못하며 OCA총회가 결정할 사항이라고 대표표명을 유보했다.
그러나 일본도 사우디아라비아 측의 끈질긴 이라크제재요청을 받고 있으며 이 문제와 관련, 한국·중국·인도네시아 등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가질 것으로 보여 사우디아라비아 저지로 선회하는 것은 기정 사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인도도 최근 북경에서 열린 OCA집행위를 주도적으로 개최한「간사」입장을 자처하고 나서 주목되고 있다. <방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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