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직원 많이 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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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서는 한 온라인 게임업체의 이색적인 돌발 이벤트가 열렸다. 온라인 게임 업체 넥슨의 직원들이 자사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분장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팸플릿을 일일이 나눠줬다.

일상적인 게임 홍보행사로 보였지만 실제 내용은 다음달 공개 채용을 하니 많이 응시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길거리뿐 아니라 지하철에 탑승해 젊은이들에게 공채 사실을 알렸다.

이 업체 김효택 인사전략팀장은 "게임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업계에서는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벤처기업들이 밀집한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우수 경력 직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이 같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직원수가 4백여명인 이 업체는 올 들어 사업 규모가 크게 확장되면서 다음달 1백명 가량의 신입.경력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30일부터는 대학가를 돌며 채용 안내 행사도 열 예정이다.

극심한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게임업계가 구인난을 겪고 있다.

국내 게임시장이 급속히 확장하고 있는 데다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인력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산업 매출액은 지난해 3조4천억원에서 올해 4조원을 넘어서고 2005년에는 5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1만여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지만 실제 공급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서병대 본부장은 "최근 사설학원이나 대학 관련 학과의 인력 배출이 늘기는 했지만 기업에서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구인난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는 대형 포털들이 게임시장에 속속 신규 진출하고, 기존 업체들의 중국 진출이 본격화하면서 '우수인력 입도선매'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게임사이트 '피망'을 새로 개설한 포털업체 네오위즈는 사내에서 '우수인력 추천제도'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추천한 사람이 실제 채용됐을 경우나 추천으로 입사한 직원이 일을 잘해 팀장이 될 경우 추천한 직원에게 보상을 하는 제도다. 현재 직원이 2백70명인 이 업체는 이런 방식으로 올해 게임 분야를 중심으로 1백명을 신규 채용했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우수인력 확보가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우선 사람부터 확보해 놓고 이후 사업을 구상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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