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원 전 외환은행장 구속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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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는 2일 매각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조작된 것으로 결론짓고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수재 혐의를 적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이 전 행장이 외환은행의 매각을 불가피한 것으로 왜곡하면서 매각 때 부실자산을 과대평가하고, BIS 비율을 의도적으로 낮춰 적정한 가격에 매각하지 않았다. 이사회에도 허위보고를 하는 등 임무를 위배해 외환은행과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영장 청구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행장은 외환은행의 부실을 과장해 자산ㆍ부채 실사결과를 내도록 회계법인에 요구해 얻은 실사결과에 부실을 추가한 뒤 이를 기준으로 매각가격을 장부가보다 낮게 산출토록 매각주간사에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행장은 부실채권 규모를 부풀리는 방법 등으로 최소 6천억원에서 최대 9천억원의 손해를 외환은행에 입힌 것으로 검찰이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은행 인테리어 용역 및 차세대 금융시스템 납품 과정에서 수억 원,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로부터 유임약속을 받았다 2004년 5월 경영고문 계약이 해지될 당시 은행 정관을 위반해 7억여원의 고문료를 받는 등 모두 10억여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채 기획관은 이 전 행장의 구속영장을 가장 먼저 청구한 것과 관련해 "론스타 사건의 핵심인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 감독ㆍ승인기관 관련자들의 공모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03년 7월 외환은행 매각이 사실상 결정됐던 '조선호텔 10인 회의' 참석자를 비롯해 재경부와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들의 범죄 연루 의혹을 조사해 혐의가 드러날 경우 전원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채 기획관은 BIS 비율 조작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산출 안 한 부분이 있다"고 밝혀 매각의 결정적 기준으로 활용된 BIS 비율 6.16%가 비현실적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실제보다 낮게 산정된 것으로 결론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재산정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검찰은 또 외환은행 헐값매각 과정에서 검은 돈이 오가며 로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강원 전 행장과 정ㆍ관계 인사들의 공모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재경부와 금감원 등 금융감독당국이 외환은행의 소수경영진에게 매각협상을 몰래 추진하도록 하면서 막후에서 관여했으며 충분한 검토 없이 조작된 BIS 비율 전망치를 그대로 수용해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해 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 부분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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