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이 정도…" 실망 매물 쏟아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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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9일 정부의 부동산 종합대책이 발표되자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실망 매물을 쏟아냈다.

대책의 대부분이 그동안 거론된 내용을 취합해 발표한 수준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로 돌아올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배당을 노리고 주식 투자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우리 증시의 현실을 감안할 때 배당소득세를 깎아주는 정도로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주류를 이뤘다.

◇발표 이후 실망 매물 봇물=이날 종합주가지수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날에 이어 강한 오름세로 출발해 오전 10시 연중최고치인 793.17포인트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발표 이후 실망 매물이 나오며 종합주가지수는 780선 밑으로 밀렸다. 종가는 전날보다 4.30포인트 오른 779.66.

전날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1%) 동결로 뉴욕 증시가 급등한 데 힘입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3개월여 만에 가장 많은 5천3백55억원의 순매수(산 금액- 판 금액)를 기록했지만 개인들의 실망 매물이 3천3백17억원에 달하면서 상승폭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이번에 나온 대책은 시장에 충분히 반영된 내용으로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부동산 시장의 급랭은 정부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 나온 증시 대책도 밋밋하다는 반응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변동성이 큰 국내 시장에서 배당과 세금을 보고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이 정도의 증시 대책으로는 돈의 물꼬를 당장 증시로 틀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식연계증권(ELS)의 개발과 판매 활성화를 통해 부동자금의 자본시장 유입을 늘린다는 계획도 현실을 모르는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ELS에 들어온 자금은 대부분 채권을 편입하고, 주식은 거의 사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장기 전망 엇갈려=증시에서는 실질적인 후속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대책이 부동산 불패 신화를 더욱 강화시켜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했다.

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문제의 핵심이 되는 강남권의 부동산 대책과 교육정책의 변화 없이는 부동산 기대심리를 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양증권 홍순표 연구원은 "국내 경기회복의 시점이 불투명해 앞으로도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는 지속될 것"이라면서 "개인투자자의 자금은 근본적으로 체감 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증시로 유입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우증권 홍성국 투자분석부장은 "내수회복 신호가 나타나면서 후속 증시 대책이 나온다면 장기적으로 배당투자에 매력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늘고, 증시 상승세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우리증권 신성호 이사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경우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면서 증시로 돈이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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