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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움으로! 섬세함으로! 뮤지컬계 동갑내기 라이벌 스타 '에비타' 맞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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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명은 트레이닝복을 대충 걸친 채 나타났다. "아 맞다, 사진 찍는다고 했죠"라며 인터뷰 중간 헐레벌떡 옷을 갈아입고 왔다. 다른 한명은 흰색 원피스에 핸드백까지 깔끔하게 준비한 채 기다리고 있었다. 말하는 스타일도 영 딴판이었다. 한명이 털털.직설화법이라면 다른 한명은 신중하고 조근조근하게 말을 이어갔다. 바로 뮤지컬 배우 김선영과 배해선 얘기다. 어느새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성큼 성장한 둘은 17일부터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에비타'의 여주인공 에바로 더블 캐스팅(한 배역을 두명이 번갈아 공연하는 것)됐다. 둘은 현재 서른세 살이란 나이에 에바를 연기하며 가장 빛나는 배우 생활을 맞이할 참이다. 공교롭게도 에바가 생을 마감한 나이가 서른셋이다. 동갑내기 친구이자 치열한 라이벌이기도 한 두 사람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져 보았다.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 김선영

열정적이고 사랑 앞에선 소심한 에바
나와 기질이 비슷하지 않나요

① 에바는 순수한 여인이다. 무모하게 귀족과 각료에 맞서 싸웠다. "내가 열심히 살지 않으면 당신이 사랑하지 않을까봐"란 대사가 있다. 뜨겁고 열정적이면서도 사랑앞에서 소심하다. 모든 기질이 나와 비슷하다.

② 1막 마지막 "날 구한 것처럼, 날 사랑한 것처럼 그를 지지해 달라"며 노래하는 부분에선 정말 혼신의 힘을 발휘할 수 밖에 없다. 에바의 뜨거움이 나를 완전히 휘감는다.

③ 노련하고 치밀한 배우다. 연습 때 준비가 안 돼 있어도 우산이나 신발 같은 소품을 직접 챙겨와 연기한다. 때론 언니처럼, 때론 엄마처럼 주변 사람을 두루두루 살핀 줄 안다. 연극을 전공한 덕분에 나보다 기본기가 탄탄하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순발력이 좋다는 점도 강점이다. 가끔씩 속을 알 수 없다. 고수란 느낌이다.

④ 사람의 마음을 더 만질 수 있다면 건방진 얘기일까. 난 테크닉적인 배우가 아니다. 무대 올라가면 모든 걸 잊는다. 그래서 때론 어디로 튈 지 모른다고들 한다. 하지만 난 뻔한 연기가 싫다.

⑤ 1999년 나의 데뷔작인 '페임'에서 해선이는 '세레나'로 분했다. 단발머리에 교복 느낌의 주름 치마를 입고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느낌. 현실의 배해선과 가장 어울린다.

*** 배해선

어려운 성장과정, 삶에 대한 애착 …
내 모든 걸 쏟아내면 그게 바로 에바

① 에바가 시골 빈민가에서 자란 것처럼 나 역시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서 성장했다. 삶에 대한 애착, 나를 끌어내리려는 주변의 시기, 기회가 올 때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드는 투지 등 모든 상황이 나의 현실과 비슷하다. 에바에게서 난 삶의 질감을 느낀다.

② 어머니가 몇 개월 전에 쓰러지셨다. 지금도 병원에 입원 중이다. 남들은 "네가 지금 부러울 게 뭐냐"라고들 하지만 내 속 정말 모르는 얘기다. 하루하루가 힘겹다. 휠체어에 탄 페론을 간호하는 장면에선 어머니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③ 에너지가 좋다. 선영이가 무대에 서면 터질 듯하다. 보통 뮤지컬 배우가 노래를 드라마의 일부분으로 소화하는 데 비해 선영이는 노래 자체만으로 모든 감동을 전해준다.

④ 없다. 그래도 굳이 얘기하자면 난 과정을 중시한다. 화를 내는 결과보다 그 원인을 충분히 이해하면 특별한 연기를 하지 않아도 관객에게 그 느낌을 전해 줄 수 있다.

⑤ '마리아 마리아'를 가장 인상적으로 봤다. 열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가창력.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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