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뛰자 수도권 담보대출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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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동안 잠잠했던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이 다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둬야겠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서울지역 주택담보대출은 제자리걸음인 반면 서울 외곽의 수도권 도시에선 성큼성큼 늘고 있다.

◆ 심상찮은 대출 증가세=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10월 말 현재 139조1158억원으로 한 달 새 1조8825억원 늘어났다. 올 4, 5월(2조7000억원대)에 비해선 적지만, 금융감독원의 규제로 기세가 꺾였던 8월(8897억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미 9월에도 1조7558억원이 늘어난 바 있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6233억원 증가해 가장 많이 늘었고 신한은행(5346억원), 우리은행(5211억원), 하나은행(2031억원)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의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국민은행의 경우 9월 말과 6월 말을 비교했을 때 고양시(4.9%), 안양시(4.9%), 군포시(5.6%) 등에서 주택담보대출이 확 늘었다.

한국은행과 금감원은 이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한은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됐지만 불안요인은 여전하다"며 "그동안 오름폭이 컸던 지역의 주택 매물은 늘지 않는 등 상승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금감원 김성화 은행감독국장은 "금융기관은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영업 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며 "돈을 빌려쓰는 사람의 채무상환능력 심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 서민에겐 여전히 문턱 높아=저소득 서민들의 주택 마련 자금줄로 등장한 생애최초주택대출은 오히려 남아돈다. 정부가 생애최초주택대출의 자격 요건을 강화한 때문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생애최초대출이 6일 종료되지만 2조원가량의 재원이 남았다"며 "이를 서민 주택구입자금 대출로 돌리는 방안을 강구했지만 기획예산처에서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상렬.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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