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he] 한승봉 퓨리나 영업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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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개 사료업체인 퓨리나의 한승봉(42.사진) 영업부장의 출근 발걸음은 늘 가볍다. 거래처인 동물병원.애견센터 등을 돌아다니며 개를 실컷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개는 '가족'이다. 어린 시절, 개를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집 마당엔 항상 여남은 마리의 개가 있었다. 중학교 1학년 때 어머니를 여읜 뒤 학교에서 돌아오는 그를 반긴 것도 개였단다. 한 마리라도 사라지면 며칠 동안 밥을 안 먹었다고 한다. 그는 퓨리나에 두 번 입사했다. 1993년 입사해 아동용 씨리얼 부문에서 일했으나 3년 뒤 씨리얼 부문이 구조조정되면서 회사를 그만둬야 했다.

당시 나이 서른 둘. "애견 관련 사업을 하면서 개를 맘껏 보며 살자"고 마음 먹은 그는 회사에서 만난 동갑내기 부인과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2년간 애견 미용학원에 다니면서 번식장 잡일을 거들며 번식 기술을 배웠다. 애견 트리밍(털 다듬기).핸들링(다루기) 자격증을 따고, 좋은 개 고르는 법, 길들이는 법 등도 익혔다. 99년 한국에 돌아와 사업 준비를 하던 중 퓨리나에서 연락이 왔다. 애견식품 영업을 담당하면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그는 누구보다 개의 습성을 잘안다. 그래서 개에게 어떤 음식을 먹여야 하는지, 퓨리나 제품의 장점이 뭔지 잘 설명할다. 더 많은 개가 보고 싶어 발품을 많이 판 덕에 2003년엔 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 지역 최우수 영업사원에 뽑히기도 했다. 그는 3년째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무료로 애견관리법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개를 키우면서도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예상 외로 많다"며 "양파.초콜렛 등 개의 신경을 자극하는 음식을 먹이면 심한 경우 발작을 일으켜 죽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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