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에 따라 보약 효과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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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보약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여름과 겨울사이에 있는 가을의 계절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특히 남보다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무더위에 지친 몸을 회복시키고 곧 찾아올 추위에 대비해 기온이 적절한 가을에 체력을 길러두는 것이 좋다. 원래 보약이 특정 계절에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을철에 보약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계절적으로 체력회복에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보신의 원리=서양의학에는 보약이란 개념이 없다. 현상을 중시하는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보약의 효과나 작용원리를 서양 의학적 차원에서 따지는 것은 실효가 없다. 그러나 전체적인 조화를 염두에 두고 각종 처방을 행하는 동양의학적 입장에서는 보약이 의료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 우홍정 교수(제1 내과)는 『모자라는 것은 도와주고 남는 것은 깎는 이른바 「보사의 원리」가 보약처방의 기초』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건강의 핵심이 되는 원기와 피(혈)의 균형을 잡아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가슴위쪽이 답답하고 숨이 차는 경우, 뒷골이 뻣뻣하고 당기는 느낌이 있을 때 등은 심폐기능에 주로 이상이 있다고 진단, 자율신경의 밸런스를 유지하도록 처방한다.
또 심한 일교차·건조기후 등으로 마른기침·감기 등에 걸리기 쉬운 사람은 호흡기를 보강하는 보약으로 이를 예방할 수 있다.
◇주요보약=사람에 따라, 신체적 증세에 따라, 그때 그때처방이 달라지는 것이 보약이지만 일반적으로 많이 처방해주는 보약이 무난하다.
▲십전대보탕=원기를 강화하는 네 가지 약재와 체액·호르몬·피 등을 보강하는 다른 네 가지 약재, 그리고 이들 약재간의 조화를 돕는 두 가지 약재가 합해진 것이 십전대보탕으로 보약의 원조격이다.
남녀노소에 두루 쓰인다
▲사물탕=빈혈·월경불순·자궁출혈·임신태불안 등 체액계통의 약화를 방지하는 대표적 여성보약
▲귀비탕=정신노동·긴장·스트레스 등에 시달려 심장·소화기능 등이 약해진 사람들이 복용하면 효과가 큰 이른바 「도시형」보약
▲고진음자=땀이 많이 나고, 열의 오르내림이 심하며 설사·기침 등이 자주 수반되는 중년 이상층에 많이 처방된다.
▲육미지황탕=처방대상은 신장이 허약해 허리가 자주 아프고 몸이 수척하며 다리에 기운이 없고 현기증·이명 등의 현상을 호소하는 사람.
▲반하백출천마탕=뇌를 맑게 한다 해서 「청뇌탕」이라고 불리는 보약. 정신적 무력감을 느끼거나 어지럽고 소화가 안되며 자꾸 졸리는 수험생들이 많이 찾는다.
▲인삼귀용탕=허약체질의 어린이 건강증진에 자주 처방된다.
▲인삼·녹용=보약의 대명사 격인 인삼은 현대과학에 의해서도 그 뛰어난 효능이 밝혀진 명약으로 위에 언급한 각종의 보약에도 첨가돼 있다. 각종 장기를 보하고 항암효과가 있으며 혈압을 조절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용은 부인대하·간장법 등에 효과가 있는데 인삼과는 반대로 혈을 보강하는 약재다. 그러나 이들 모두 체질에 맞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못하는 수가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복용하는 게 좋다.
▲기타 보신물=한약재가 아닌 보신물로 대표적인 것이 흑염소탕과 개소주. 그러나 의학자들은 이들의 보약적 효과를 과신하기보다는 건강보조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우홍정 교수는 『흑염소나 개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일뿐, 보약으로 보기는 힘들다』며 『여기에 한약재를 일률적으로 첨가, 체질을 가리지 않고 보약으로 쓰는 것은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주의사항=모든 신체조건이 정상일 때는 보약이 필요 없다는 것이 정설. 또 신체적 이상이 동일하더라도 사람마다, 체질에 따라 약재를 가감해서 쓰는 것이 보약처방의 원칙이다. 윤석빈씨(수보당 한의원장)는 『맥을 보고 신체적 외형·생리적 특성 등을 감안해 보약을 지어야만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우 교수는 ▲열을 수반하는 질병 ▲간의 이상 ▲결핵 ▲출혈 질환 ▲소화기계 등의 이상이 있을 때 등은 보약처방을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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