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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아리랑「점아 점아」|「실험 연극」으로 "호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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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여느 예술 행위와 마찬가지로 연극에서도 예술적 작품성과 대중적 흥행성은 쉽게 조화 될 수 없는 딜레마다. 하물며 우리 고유의 연희양식과 강한 현실 비판의 주제의식까지 덧붙여 하나의 연극작품을 만들어 내기는 더욱 힘들다.
연극계에서 이러한 어려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독특한 극단이 아리랑이며, 그들의 실험실은 서울 혜화동 로터리 부근의「예술극장 한마당」이다.
아리랑은 13일까지「통일」을 주제로 한 연작을 공연중인데 첫 번째 작품『점아 점아 콩점아』(5일까지 매일 오후 4시30분·7시30분)에서 86년 창단 이후 계속해온 이 같은 실험의 결실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점아…』는 극단 대표로 극작·연출을 맡았던 김명곤씨의 말대로『광주항쟁이라는 소재를 씨줄로, 통일이라는 주제를 날줄로 삼은』사회성 짙은 작품.
소재와 주제가 이미 관객을 긴장시킬 만큼 민감한 작품이지만 극단 아리랑은 마당극 형식으로 관객을 극 속에 끌어들이고 치밀한 연출로 장면 장면을 부드럽게 이어줌으로써 작품성과 대중성을 함께 살리고 있다.
연극은 불이 겨져있는 무대에 배우 한 명이 나와 관객에게 극중의 노래『점아 점아 콩점아』를 가르치면서 시작된다. 이어 출연 배우들이 신명나는 풍물놀이를 한판 벌여 관객들의 감정을 잔뜩 부풀리고 사라진다.
무대 조명이 첫째 마당이 희미해지면서 음산하게 다가온다. 광주에서 아들을 잃고 매일 밤 꿈속에서 가면을 쓴 원귀에 시달려온 어머니는 총각귀신이 된 아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6·25때 월남하다 죽은 북쪽처녀와의 망자 혼례를 준비한다.
혼례가 시작되면서 객석의 관객들이 하객으로 초대돼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한창 혼례가 진행되던 중 망자역할의 처녀·총각이 갑자기 혼절한다.
이미 하객으로 극 속에 들어가 있던 관객들의 입에선『아이구』『큰일났네』등 근심에 찬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망자들의 혼절이 남북을 가로막는 분단귀신 때문임을 알게 된 무당은 나라를 위해 숨졌던 동학혁명군·독립운동가 등 다섯 신을 모셔 분단귀신을 물리치려하나 실패한다.
이 같은「난국」을 연극은 관객을 끌어들임으로써 효과적으로 타개한다. 무당은『모두의 통일염원을 합쳐야 분단귀신을 물리칠 수 있다』며 관객들에게까지 지신밟기를 제안한다. 그러나 야외공연장이 아니어서 관객이 배우들과 함께 실제 지신밟기를 못하고 다만 무당의 제안에『예』『좋아요』라고 대답한다.
이윽고 분단귀신이 물러가고 혼례가 이루어지면 카메라를 든 배우가 나와 하객(관객)들에게『기념 촬영하러 나오라』고 재촉한다. 앞쪽의 관객들이 우루루 무대에 뛰어올라 진짜 기념촬영을 한다.
극단 측은 실제로 하객으로 참여한 관객들에게 기념사진을 보내준다.
첫날밤「통일동이」가 태어난다. 배우들은 강보에 싼 인형(통일동이)을 객석에 보여주고 『안아봐』『잘 생겼어』『닮은 것 같아』등의 농담을 건네기도 한다.
극은 광주 망월동 영령들의 불사조 춤과 풍물놀이 뒷 풀이로 막을 내린다.
「통일」이라는 주제와「마당극」이라는 형식 때문에『거칠고 부담스런 선동극』이리라는 예단을 갖고 들어왔던 관객들도『상당히 짜임새 있고 세련됐다』는 평을 한다.
그러나 선명한 주제를 부담 없이 전달하는 예술적 형상화 노력이 더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을 극단 측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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