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본격 우주인 시험 … 3차 심사 현장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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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 후보 30명에 뽑힌 이한규(33·오른쪽)씨가 31일 우주선 비상탈출 적응 테스트를 받기 전에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청원=프리랜서 김성태

31일 오후 3시 충북 청원군 남일면 공군 항공우주의료원 중력 가속도 내성 훈련실. 우주선.전투기 이륙 시 발생하는 엄청난 중력을 조종사가 견딜 수 있는지 측정하는 곳이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후보 30명에 뽑힌 이한규(33.삼성SDI 연구원)씨가 전투기 조종석과 똑같이 만들어 놓은 원통 모양의 좌석에 앉았다. 의료원에 근무하는 이종천(47) 원사가 "정면을 똑바로 보고 엉덩이와 허리는 좌석 뒤에 바짝 붙이세요. 부상의 위험이 큽니다"라고 주의사항을 알려줬다.

문이 닫힌 측정기는 놀이기구가 중심축을 중심으로 수평으로 원을 그리며 돌듯 시속 50~60㎞로 20초 동안 회전했다. 이씨는 자신의 몸무게(73㎏)보다 다섯 배나 많은 중력(360여㎏)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씨는 "체감시간이 20분을 넘는 것 같다"며 "온몸의 피가 다리로 쏠리면서 머리가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회전이 멈추는 순간에는 한없이 추락하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난생 처음 공포감을 느꼈다"면서 측정기에서 내린 뒤 비틀거리며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진짜 우주인 훈련 같아요"=우주인을 선발하는 3차 심사 과정이 31일 시작됐다. 2차 관문을 통과한 남자 25명, 여자 5명 등 30명이 4박5일씩 합숙하며 20여 항목에 걸쳐 정밀 테스트를 받는다. 실제로 우주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것이다. 중력 가속도 내성 측정을 끝낸 후보들은 옆 방에서 우주선 등 엔진이 고장 났을 때 탈출 대처능력을 평가받는다. 우주인 후보들은 전투기 조종석에 앉아 0.75초 이내에 탈출하는지를 측정했다. 의자 옆의 노란색 레버를 잡아당기면 순식간에 좌석 전체가 고가 사다리 형태의 기둥을 따라 11피트(약 3.6m) 위로 솟구치는데 이때 탑승자가 느끼는 중력은 몸무게의 5~6배에 이른다.

사람을 높이 2m, 지름 1.5m의 원통형 측정기 안에 들여보내 40~50분에 걸쳐 전정기관(회전감각 유지)의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예비 우주인이 통 안의 좌석에 앉으면 센서(전극)를 눈 옆과 이마 등에 부착한 다음 좌석을 좌우로 돌린다. 이때 눈동자의 움직임을 보며 평형을 유지하는지 살피는 것이다. 담당 군의관은 "전정기관에 이상이 있으면 멀미와 어지럼증이 나타나며, 이 같은 증세가 심하면 우주선에 탑승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강검진도 까다로워=후보들은 의료원에 오기 전 최근 24시간 동안 배설한 소변(약 2ℓ)을 플라스틱 통에 담아왔다. 김영기(35.회사원)씨는 "하루 종일 오줌을 모아 냉장고에 넣어 보관하다 가져왔다"고 말했다.

의료원 임정구 진료부장은 "전해질 등 소변 성분을 정밀 분석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참가자들은 심전도 측정을 위해 24시간 동안 휴대용 심전도 장비를 부착하고 다녔다. 위장과 대장 내시경을 동시에 실시해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힘이 빠졌다는 것이 후보자들의 경험담이다.

3차 선발을 통과하는 합격자 10명은 11월 24일 발표된다. 그리고 러시아 현지 적응도 평가를 거쳐 12월 23일 후보자가 2명으로 압축된다. 내년 1월 러시아 가가린 훈련센터에서 기초훈련.우주적응.우주과학실험 수행을 위한 임무 훈련 등을 받고 1명이 2008년 4월 러시아 소유스호에 탑승한다.

청원=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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