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최철한 대 구리, 포진법 대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제11회 삼성화재배 세계 바둑 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 . 최철한 9단 ● . 구리 9단

구리(古力)는 중국 랭킹 1위에 올라선 뒤에도 좀체 세계대회 우승컵을 따내지 못했다. 독하지 못한 성격이 걸림돌이라고 했다. 한국의 조한승 9단처럼 2%가 부족하다고 했다. 그런 구리가 LG배 우승으로 신고식을 마치더니 춘란배에서도 결승에 진출했다. 삼성화재배에선 첫판에 후지쓰배 우승자 박정상 9단을 꺾었고 곧이어 최철한 9단과 격돌했다. 결승전처럼 묵직한 이 판이 16강전 최대의 승부처였다.

장면도(1~23)=구리 9단은 최철한 9단의 예상대로 전날과 똑같은 포석으로 나왔다. 9, 11로 귀를 포기한 다음 13으로 대모양을 펴는 바로 그 포진인데 일명 '구리 포석'으로도 불린다.

14는 모양의 중심. 15로 근거를 박탈하면 16으로 비스듬히 달아난다. 여기까지 전날의 대국과 똑같다. 한데 이 다음 수인 백18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정상 9단은 '참고도'처럼 두었는데 최철한 9단은 여기서 방향을 바꿨다.

'참고도' 백1, 3은 일견 두터운 수법으로 보이지만 흑4의 곳이 너무 빛난다. 박정상과 최철한은 복기를 함께하면서 이 점에 의견 일치를 보았고 그 연구 결과가 이튿날 백18이란 수로 나타났다. 정보전에서는 일단 최철한이 구리보다 한 수 앞섰다고 말할 수 있다. 22까지의 실전은 확실히 '참고도'보다 낫다. 증명할 수는 없지만 일류들의 감(感)이 일치한다.

예상과 다른 수에 의표가 찔린 것일까. 지금껏 경쟁하듯 노타임으로 일관해온 두 사람이었는데 23에서 구리가 최초로 3분을 장고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