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 추돌 80명 중경상/부산/브레이크 고장… 기관사 뛰어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시속 70㎞로 질주하다 “꽝”/차량점검뒤 에어밸브 잠가놔/올들어 사고6건 발생
【부산=조광희ㆍ강진권ㆍ정용백기자】 전문기능인력 부족에 따른 정비불량ㆍ기관사들의 운전미숙으로 부산지하철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일 오후7시20분쯤 부산시 노포동 차량기지창에 대기중이던 제16편성열차가 미끄러지면서 2㎞ 떨어진 남산동 지하철역에 정차중이던 전동차를 추돌,승객 80명이 부상한 참사도 검사관ㆍ기관사의 안전점검 불이행으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데다 운전미숙으로 빚어진 것으로 밝혀져 시민들을 크게 불안하게 하고있다.
부산지하철은 이같은 원인으로 올들어서만 6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85년 지하철 개통이후 지금까지 모두 20건의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2일 오후7시20분쯤 부산시 노포동 차량기지창에 대기중이던 제16편성열차(기관사 허길웅ㆍ50)가 제동장치 고장으로 미끄러지면서 2㎞ 떨어진 남산동 지하철역에 정차중이던 1263호열차(기관사 박정환ㆍ35)의 뒤를 들이받아 이 열차에 타고있던 승객 윤계숙씨(57ㆍ여ㆍ경남 양산군) 등 8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기관사 허씨는 노포동 차량기지창에서 고장난 에어컨 수리를 마친 제16편성열차를 노포동역 대기선까지 진입시킨후 전동차를 정차시키기 위해 브레이크를 작동시켰으나 브레이크 고장으로 전동차는 계속 직진,겁에 질린 허씨는 전동차에서 뛰어내렸다.
기관사가 없는 제16편성열차는 경사 3도의 선로를 시속 70㎞속도로 질주,마침 남산동역에서 승객들을 승ㆍ하차시킨후 막 출발하던 제1263호 전동차의 뒤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5호칸 1량이 탈선했고 탑승객 4백여명 가운데 80명이 사고순간 모두 나뒹굴면서 열차내부 철제 시설물에 머리 등을 부딪쳐 부상했다.
승객 한정현씨(43ㆍ부산시 문현1동 495의26)는 『전동차가 충돌하는 순간 잠시 정신을 잃고 깨어보니 서로 먼저 빠져나가려는 승객들로 수라장을 이루고 있었으며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승객들이 깨진 유리창과 찌그러져 벌어진 출입문 틈사이로 빠져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를 일으킨 제16편성열차와 1263호열차는 객차 연결부분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깨진 유리창 조각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손잡이ㆍ의자 등이 내려앉아 있었다.
경찰은 전동차의 제동장치는 연결된 에어밸브가 열려있어야 작동되는데도 이날 차량점검을 한 검사원들이 점검때 에어밸브를 잠그고 열어놓지 않아 기관사 허씨가 이를 모르고 운행하는 바람에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내고 3일오전 부산 교통관리공단 기지창장 최영길씨 등 관련직원 5명과 신병이 확보된 기관사 허씨 등 6명을 조사해 혐의가 드러나는대로 업무상 과실치상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한편 사고가 난 노포동∼장전동구간 지하철이 3일 오전까지 불통되고 있어 월요일 출근길의 회사원ㆍ학생 등 많은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