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에이스침대 안성호 사장…침대밖엔 난 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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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에이스침대는 누가 뭐래도 한국의 대표 침대업체다. 1963년 서울 금호동에서 '에이스침대공업사'란 간판을 내걸고 침대생산을 하기 시작했다. 안사장의 부친 안유수(76) 회장이 창업주다.

안 회장은 당시 미군 부대에서 나온 매트리스를 손으로 뜯어 매트리스 구조를 살피며 '수제품(手製品)'을 만들었다. '아직 한국에 침대 문화가 자리잡지 않아 그렇지 앞으로 침대사업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이라던 안 회장의 예측은 들어 맞았다. 사세는 해마다 커졌다. 에이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2%. 침대 셋 중 하나는 에이스 침대다. 1990년대 초반 침대 점유율 1위에 올라서기 전까지 에이스는 국내 가구 회사들과 치열하게 선두를 다퉜다.

그 후 10년이 넘게 부동의 1위자리를 지키는 비결은 뭘까. 한때 유행어가 됐던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라는 광고마케팅이 성공한 결과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안 사장은 손사래를 쳤다. 그는 "우리가 쓰는 침대 소재는 다르다"라고 말했다. 에이스침대는 22년째 스프링을 만드는 경강선을 일본 고베스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국산 경강선 품질도 좋은데다 국산을 쓰면 원가를 10% 정도 아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스프링용으로 전문 제작된 경강선을 고집한다. 매트리스 내장재로 사용되는 솜과 양모도 직접 가공한다. 하청을 줬더니 품질이 고르지 못했다고 한다. 충격흡수용 고밀도 폴리우레탄 소재도 2004년부터 직접 생산하기 시작했다. 올해 에이스침대는 오랜 기간 준비해 온 매트리스 신제품 두 개를 내놨다. 스프링 상단이 따로따로 움직이는 '튜브코일'과 특수 우레탄을 결합해 만든 '하이테크' 매트리스다.

특히 튜브코일은 개발 기간만 7년이 들어간 역작이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이 매트리스 안에 있는 스프링은 피아노 건반처럼 따로 움직이며 인체를 받쳐주는 게 특징이다. 에이스침대는 요즘 해외사업에 팔을 걷어 붙였다. 중국 광저우(廣州)에 메트리스 공장을 세운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시몬스침대와 손을 잡고 명품가구의 본고장 이탈리아에 자나(ZANA)라는 침실 가구 브랜드를 내놓았다. 이르면 내년에 이탈리아 현지에 공장을 세울 계획이다. 에이스는 침대는 한번 사면 쉽게 바꾸기 어려운 내구재인데다 보급률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있다.

에이스의 매출은 3년째 11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는 튜브코일 매트리스 출시로 매출이 1200억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사장은 "오래 써도 꺼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게 만들어놓으니 매트리스를 잘 안 바꾸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며 웃었다. 손으로 스프링을 말던 기술자들 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안 사장은 2003년 사장자리에 올랐다. 현장경영을 중시해 세계 최대규모(3만평)의 무인생산 공장(충북 음성)에서 파묻혀 산다.

임미진 기자



썰타-에이스- 시몬스
'침대 삼부자' 상생 경쟁

안성호 사장은 최근 2년 동안 한 달에 한번 꼴로 자신의 침대 매트리스를 바꿨다. 개발중인 시제품들을 먼저 써본다. 기계 테스트를 통과한 견본품은 '안성호 테스트'를 거쳐야 시장에 나온다. 그는 누워만 봐도 매트리스의 복원력이나 소음을 가늠할수 있다고 한다. 최근 내놓은 튜브 코일 매트리스는 기계 테스트를 일찌감치 통과했지만 안 사장이 견본품을 써 본 뒤 "뒤척일 때 미세한 소음이 난다"고 여러 번 퇴짜를 놓았다. 결국 부직포로 스프링을 하나씩 감싸 소음을 차단했다. 안 사장의 꼼꼼한 성격은 창업주 안유수(사진(上)) 회장에게서 물려받았다. 안 사장은 아버지를 "침대 밖에 모르시는 분"이라고 설명했다. 안 회장은 2002년 에이스 침대를 안 사장에게 물려준 뒤 미국 2위 침대업체 '썰타'의 국내 판권을 사들였다. 시몬스 침대를 맡고 있는 안 회장의 둘째 아들 안정호(35.사진(下)) 사장까지 3부자가 나란히 침대업계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 3부자의 침대 업계 시장점유율은 40%를 웃돈다. 썰타는 시장에 진출한 지 2년 밖에 되지 않아 매출은 아직 내세울만큼 많지 않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것은 3부자의 공통점. 안성호 사장은 매일 아침 서울 청담동에서 충북 음성의 본사로 출근한다. 서울 논현동의 사무소가 지척이지만, 서울 사무소엔 그의 책상조차 없다. "아버지가 지금도 매일같이 경기 여주의 썰타 공장으로 출근한다. 저도 보고 배운 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사장과 이웃해 사는 안정호 사장도 경기 이천으로 매일 출근한다. 3부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일부 소재를 공동구매하기도 하지만 영업현장에서는 양보하지 않는다. 안 사장의 목표는 에이스침대를 세계 5대 '명품 침대'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다. 최근 200만원을 넘는 로얄 에이스 제품을 출시한 것도 이런 명품화 전략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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