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모노레일 백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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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정주(59)강남구청장은 1971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경제기획원과 재정경제부에서 짠뼈가 굵은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국가 경제의 큰 틀을 짜는데는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지만 지방정부의 수장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다. 그래서인지 그는 취임이후 현재까지 하루에 4시간 이상을 자 본 적이 없다고 한다.자신이 구청장 선거때 구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차질없이 시행하기 위해 구정(區政)에 대한 업무 파악을 한시라도 빨리 마치고픈 욕심(?)때문이란다.

그는 심지어 각종 언론사나 대학 학보사의 인터뷰 답변까지도 자신이 직접 챙길 정도로 억척스럽다. 그래서 직원들 사이에 '일벌레'란 별명까지 얻을 정도다. 지난 23일 오전 9시 인터뷰를 위해 찾은 구청장 집무실에도 각종 서류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외부 행사를 제외하고 집무실에서는 잠시도 일손을 놓지 않는다는 것이 비서실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그에게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자 서슴없이 '고(苦) 김재익 청와대 경제수석'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1980년대 한국 경제의 틀을 만든 훌륭한 경제 관료이면서 일을 즐기고 청빈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밤새 깨알같이 답변을 적어온 메모장을 보며 정열적으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 일답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를 말해달라.
세월이 참 빠르다.구민들이 강남구가 변한 것을 아직 피부로 느끼지 못하겠지만 지금도 변하고 있다.조금만 기다리면 우리 강남구가 크게 변한 것을 구민들이 실감하게 될 것이다.

-구청장은 그동안 국가의 주요 정책을 다뤄왔으나 지금은 구청의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구청장은 구정의 최종 결정권자다. 따라서 중앙정부에서 일할때보다 정책수립에서부터 최종 결정을 짧고 신속하게 할 수있는 장점이 있다. 또 문제가 발생하거나 정책 수요가 있을 경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있는 이점도 있다. 그만큼 책임감도 크다.

-강남구는 교육1번지인만큼 구민들의 교육여건 개선 요구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강남구 교육을 위한 지원 대책을 어떻게 펼쳐나갈것인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교육구청과 함께 공교육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최대의 목표다. 이를 위해 최근 관내 75개 초.중.고 교장선생님과 학교운영위원장을 초청해 '2007년도 교육 지원에 관한 설명회'도 개최했다. 전임 구청장 시절에는 세외수입을 제외한 세수입의 3%의 범위내에서 지원해 왔다.금액으로는 50억~60억원 정도였다.

그러나 나는 지원액을 늘일 생각이다. 다만 구청이 마련하는 기준에 따라 지원하겠다. 그 기준은 첫째,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사업비 전부를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최근 신사중의 원어민 채용에 필요한 비용과,구정중의 급식시설에 필요한 비용중 학교에서 50%를 부담하고 구청에서 50%를 지원해 준 것이 그 예다..

물론 구청 지원 비율은 지역 경제력의 차이를 반영해 적절히 조정할 방침이다. 둘째는 학교·선생님·학부모들의 지역사회 공헌도를 감안하겠다.

셋째는 내년부터 영어·수학·한문 등 다양한 과목에 대한 경시대회를 연중 개최한후 성적을 반영하겠다. 이렇게 하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지원이 기대되고 선진국 수준의 교육 여건도 달성될 것으로 본다.

-강남구청이 추진해온 모노레일 설치사업을 서울시에서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최근 있었는데 이 사업에 대한 구청장의 견해는.
주민간에 찬반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강남구에서 모노레일 설치 사업은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성이 없다. 둘째 노선 선정에 타당성이 결여돼 있다. 마지막으로 대안이 있기 때문이다. 교통체증 해소에 필요하다면 버스전용차로제를 시행해 천연가스버스를 투입하면 된다. 사업비도 모노레일에 비하면 거의 공짜다. 이렇게 하면 공해도 없고 저렴한 사업비로 교통 문제도 덜 수있는데 굳이 분진과 소음. 도시 미관을 해치는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는가.

-쓰레기 수거 등 기초질서 지키기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서울지역 구청중에서 뒷골목까지 매일 쓰레기를 수거하는 곳은 강남구와 중구 등 2곳뿐이다. 현재는 오전 10시까지 수거하지만 내년부터 출근시간대에 모든 거리에 쓰레기가 보이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구청의 생각이다. 이렇게 하려면 내년 쓰레기 수거 비용이 250억원으로 올해의 160억원보다 대폭 늘어난다. 결국 이 비용은 구민들의 세금이다. 따라서 2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1월부터 담배꽁초 무단 투기 행위에 대해 철저히 단속해 과태료를 부과하겠다. 기초질서 지키기는 제가 취임사에 넣을 정도로 중요한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불법주차단속·불법광고물 단속·노점상 정비 등을 통해 강남을 법과 질서가 정착된 도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실제 지난 9월22일부터 인도위 불법주차행위에 대한 단속에 나서 한달동안 5만6000여건을 적발했다. 불법 광고물에 대해서는 우선 시범지구를 정한뒤 간판디자인 예술가를 참여시켜 간판을 예술적으로 바꾸겠다. 또 각종 협회를 통해 자발적으로 정비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노점상 문제는 아직 고민중이다.

그러나 해결방안은 가지고 있다. 노점상을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기초질서 확립 문제는 임기가 끝날때까지,질서가 잡힐때까지 계속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강남구의 문화·예술 활성화 방안은.
강남구에 연주회장·연습실·작업실·전시실 등과 같은 크고 작은 문화·예술 공간을 조성하겠다. 또 강남구가 자랑하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겠다. 이를 위해 후원회를 이미 결성했다. 이밖에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악단에 연주공간과 연습실을 마련해주는 등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강남구를 국제중심도시로 육성,발전시키는데 대한 구상은.
국제비지니스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싶은 희망이 있다. 예컨대 다국적 기업의 아시아 본부를 유치하는 것이다.또 세곡동 등 적지를 찾아 서래마을과 같은 외국인 생활 공간을 조성하고 외국인 학교도 유치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강남구에 국제화자문위원회를 만들 방침이다.

-강남구의 전자정보시스템은 이미 세계 각국으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T-Government에 대한 구상을 말해달라.
22개국 5000여명의 공무원·기업가 등이 견학하고 갔다. 상해 푸동 구청장이 강남구의 전자정부를 배우고 싶어 할 정도로 그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 강남구는 이 시스템을 외국에 판매할 계획이다. 그러나 비싸게 팔 생각은 없다. 강남구가 세계 각국의 전자정부 발전에 기여하고 그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강남구의 도시계획에 대해.
현재 강남구의 도시계획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1970년대 신도시로 개발될 당시에 만들어 놓은 도시계획밖에 없다. 임기중에 20년,30년,50년후의 강남구 장기비전을 만들겠다. 이를 위해 국내·외 저명한 도시계획 전문가들에게 의뢰할 방침이다.

프리미엄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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