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논술방] 6개월 지나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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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인터넷 카페(cafe.joins.com)에 '중학논술방'이 생긴 지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많은 학생이 중학논술방을 방문해 함께했다.

먼저 정재훈(이현중 1) 학생이 떠오른다. 중학논술방 초기에 앳된 1학년 학생이 등장하더니 제법 충실한 내용의 글을 썼다. 문단의 구성과 관련해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바로 다음 글부터 훨씬 다듬어진 형식의 글을 쓰게 되었다.

2학년으로서 역량이 뛰어난 최예슬(영동중 2) 학생은 상당히 예리한 논리력을 갖추고 있다. 그에 비해 정확한 어휘 선택과 문법에 맞는 문장을 쓰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3학년 학생들은 최고 학년답게 글의 분량과 깊이에 있어 훨씬 앞서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대부분의 학생이 3회 이상 꾸준히 참여하고 있어 발전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김동희(대화중 3) 학생이 쓴 글 '역사를 배운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의 결론 부분이 첨삭 이후 어떻게 달라졌는지 소개한다.

"역사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기록되므로, 우리는 그 행간을 읽어야 한다. 이때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객관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가 외국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진실 속에서 실리를 추구해야겠다."(원래 글)

"역사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기록되고, 또 해석된다. 따라서 우리는 문자화된 역사뿐 아니라 숨겨진 이면까지 읽으면서, 다원적으로 역사에 접근하고 진실에 가까운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온전한 역사를 가지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가지게 하며 국민정신을 통합하는 힘이 된다.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과 침탈은 우리의 역사를 송두리째 흔들어 국민정신과 사회를 혼란시키고 결집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앞서 고찰한 역사의 속성을 고려하며, 다원적 진실에 입각하여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지켜야겠다."(첨삭 이후 다시 쓴 글)

이외에 이은성(백석중 3).김재성(후평중 3).조은별(연화중 3) 학생이 개성 있는 글을 쓰고 있으며, 좀 더 논리적인 치밀함을 갖출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다.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강한 박혜원(양평중 3).한지황(양평중 3) 학생은 이성적이고 차분한 논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연마하고 있다.

논술이 배우고 가르치는 것의 키워드가 되어 버린 요즘, 학생과 학부모의 어깨에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이 올려진 것 같아 안타깝다. 입시논술을 겨냥해 무조건 어린 나이부터 그 준비를 시작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논술에 대해 이해하고 접근하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 와중에 학생.학부모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논술은 별개의 과목이거나 새로운 과목이 아니다. 어떤 대상에 대해 파악하고 받아들이고 그것을 다시 표현하는 것이 어찌 하나의 과목이 될 수 있을까. 독해력.사고력.표현력을 길러야 하는 이유는 논술 답안지를 작성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논술은 이러한 능력들을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일 따름이다.

중학논술방은 이런 점을 감안해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스스로 고쳐 쓰도록 하거나 답글의 형식으로 학생들 간의 토론을 시도한 것이 그 예다. 학교나 학원 교실과 달리 다양한 환경과 경험을 가진 중학생들이 모인다는 점도 서로 다른 관점과 입장을 더욱 폭넓게 나누는 기회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또 앞으로 만나게 될 학생들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또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렵지만은 않은 길이 되도록 함께하겠다.

오길주 문예원글로피아 원장

*** 중학생 대상 논술코너를 격주로 운영합니다. 중앙일보 joins.com의 논술카페 '우리들의 수다(cafe.joins.com/suda)' 중학논술방에 글을 올려주세요. 매회 20명을 골라 문예원글로피아 연구원들이 총평을 해드립니다. 또 우수 논술 한 편을 골라 총평과 함께 지면에 게재합니다. 제시문은 중학논술방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다음 주제=다음 글을 읽고, 자신이 읽은 문학 작품을 예로 들면서 '문학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한 편의 논술문을 작성하라. (800자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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