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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브라질 대통령 재선 성공 … 집권2기 과제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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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29일 실시된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61%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가운데)이 부인 마리사 레티시아 여사(왼쪽)와 함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노조운동가 출신인 룰라 대통령은 집권 2기에 브라질의 경제 성장을 더욱 촉진하고 복지 수준을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상파울루 AFP=연합뉴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29일 (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개표 결과 61%의 지지율을 기록, 39%에 머문 제랄두 알키민 전 상파울루 주지사를 따돌렸다.

이로써 그간 자신을 괴롭혀 온 각종 스캔들을 극복하고 집권 2기 중 지속적인 개혁을 밀어붙일 기반을 마련했다. 룰라 대통령은 개표 결과를 통보받고 "집권 2기에 훨씬 더 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기뻐했다.

그럼에도 그가 돌파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내부적으론 빈부 격차와 같은 경제적 난제를 풀어야 한다. 악명 높은 관료주의 병폐도 고쳐야 한다. 특히 자신의 재선을 가능케 한 성공적인 일자리 창출과 복지정책 등은 어떻게든 강화 또는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핵심 지지층인 서민들이 등을 돌려 정권 기반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그가 도입한 혁신적 복지정책이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걱정한다. 1200만 빈곤 가구에 매달 45달러씩 주는 '가족급여 수당'이 대표적이다. 많은 서민이 이것 때문에 룰라를 찍었다고 할 정도로 대중에겐 인기 있는 제도다. 경제의 발목을 잡더라도 축소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빈부 격차 해소는 미뤄 뒀던 숙제다. 집권 1기 때는 복지 향상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여기엔 비교적 손을 덜 댔다. 이에 따라 집권 2기엔 기업인들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부의 재분배를 성공시켜야 하는 까다로운 과제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브라질의 경우 빈부 격차가 남북 간 지역적으로도 심각하다. 이와 함께 '브라질 코스트(cost)'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관료주의와 복잡한 조세체제, 지나치게 비대한 노조 등의 폐해도 도려내야 한다.

한편 대외적으로 브라질의 위상을 높이고 국익을 도모하는 것도 룰라가 당면한 또 다른 핵심 과제다. 특히 중남미 최대 강국이라는 위치에 걸맞게 룰라는 지역 내 각국 간의 조정자 역할도 매끄럽게 수행해야 한다.

룰라는 집권 뒤 '중남미 통합'과 '남남 협력'을 외교의 두 축으로 삼고 추진해 왔다. 특히 남미 공동시장(메르코수르)과 안데스 공동체를 통합해 소위 '중남미국가공동체'를 이룬 뒤 이를 통해 중남미 통합을 이끌어 낸다는 야심이 있다.

더불어 그는 아시아.아프리카.중동 지역 등 개발도상국들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 경제개발을 추구한다는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브라질리아에서 인도.브라질.남아공 정상회담을 열어 남남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기도 했다.

이와 관련, 현재 미국은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이어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등장으로 중남미 좌파운동의 확산을 걱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룰라는 미묘한 줄타기로 미국의 우려를 불식하면서 중남미 지역 내 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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