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가 절정기를 맞았다. 지역 블록 전체, 심지어 대륙 전체의 정상급 인사들이 한꺼번에 중국에 모여 매머드급 외교 잔치를 잇따라 벌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요즘 '15'와 '50'이라는 두 가지 숫자를 기회 있으면 강조한다. '15'는 첸치천(錢其琛) 전 외교부장이 제24회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중국이 아세안 10개국과 대화를 시작한 지 15주년이 됐다는 의미다. '50'은 중국이 이집트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국가와 국교를 맺은 지 50년을 맞았다는 뜻이다.
먼저 '15'를 기념하는 '중국-아세안 정상회담'이 30일 오후 중국 남부 광시(廣西)장족(壯族)자치구의 난닝(南寧)에서 열렸다. 서열 3위인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먼저 현지로 달려갔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다음달 1일부터 닷새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본지 10월 26일자 17면)에 참가하는 아프리카 48개국의 정상과 고위 관리들을 영접하기 위해 일단 베이징에 남았다. 후 주석은 중요 일정을 마치는 대로 곧바로 난닝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이번 회담이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세안 회원국 정상 10명이 모두 회담에 참석한다는 점이다. 30일에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등 6개국 정상과 왕징룽(王景榮) 아세안 사무총장이 난닝에 도착했다. 수실로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라윳 쭐라논 태국 과도정부 총리, 응엔떤중 베트남 총리 등 4개국 정상은 31일 도착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캄보디아.인도네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 등 6개국 정상은 회담 뒤에 수도 베이징을 정식 방문한다.
이에 대해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실의 선스순(沈世順) 주임(실장)은 "이번 회담은 '10+1'의 형식으로 아세안 정상들이 중국을 찾는 최초의 사례"라며 "이는 아세안이 중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10+1' 정상회담의 3대 주제는 ▶무역자유화 ▶서비스 자유화 ▶투자 촉진"이라고 소개한 뒤 "11개국 정상은 공동 성명을 통해 장기적.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외에 '중국-아세안 박람회'와 '중국-아세안 비즈니스.투자 정상회담'이 동시에 열린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한마디로 정상들이 협력의 큰 틀을 마련하면 곧바로 구체적인 무역.투자.문화교류 협정을 짜나가는, 이른바 '협정.교류의 동시진행'을 선보이는 셈이다.
1991년 76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양측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1303억7000만 달러로 늘었다. 15년간 15배가 늘어난 셈이다. 현재 아세안은 중국의 제4위의 수출시장이면서, 제3위의 수입시장이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