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대형 '외교 잔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중국 외교가 절정기를 맞았다. 지역 블록 전체, 심지어 대륙 전체의 정상급 인사들이 한꺼번에 중국에 모여 매머드급 외교 잔치를 잇따라 벌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요즘 '15'와 '50'이라는 두 가지 숫자를 기회 있으면 강조한다. '15'는 첸치천(錢其琛) 전 외교부장이 제24회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중국이 아세안 10개국과 대화를 시작한 지 15주년이 됐다는 의미다. '50'은 중국이 이집트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국가와 국교를 맺은 지 50년을 맞았다는 뜻이다.

먼저 '15'를 기념하는 '중국-아세안 정상회담'이 30일 오후 중국 남부 광시(廣西)장족(壯族)자치구의 난닝(南寧)에서 열렸다. 서열 3위인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먼저 현지로 달려갔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다음달 1일부터 닷새간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본지 10월 26일자 17면)에 참가하는 아프리카 48개국의 정상과 고위 관리들을 영접하기 위해 일단 베이징에 남았다. 후 주석은 중요 일정을 마치는 대로 곧바로 난닝으로 날아갈 예정이다.

이번 회담이 눈길을 끄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세안 회원국 정상 10명이 모두 회담에 참석한다는 점이다. 30일에는 훈센 캄보디아 총리,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 압둘라 바다위 말레이시아 총리, 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 등 6개국 정상과 왕징룽(王景榮) 아세안 사무총장이 난닝에 도착했다. 수실로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 수라윳 쭐라논 태국 과도정부 총리, 응엔떤중 베트남 총리 등 4개국 정상은 31일 도착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캄보디아.인도네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베트남 등 6개국 정상은 회담 뒤에 수도 베이징을 정식 방문한다.

이에 대해 중국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연구실의 선스순(沈世順) 주임(실장)은 "이번 회담은 '10+1'의 형식으로 아세안 정상들이 중국을 찾는 최초의 사례"라며 "이는 아세안이 중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10+1' 정상회담의 3대 주제는 ▶무역자유화 ▶서비스 자유화 ▶투자 촉진"이라고 소개한 뒤 "11개국 정상은 공동 성명을 통해 장기적.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외에 '중국-아세안 박람회'와 '중국-아세안 비즈니스.투자 정상회담'이 동시에 열린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한마디로 정상들이 협력의 큰 틀을 마련하면 곧바로 구체적인 무역.투자.문화교류 협정을 짜나가는, 이른바 '협정.교류의 동시진행'을 선보이는 셈이다.

1991년 76억6000만 달러에 불과했던 양측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1303억7000만 달러로 늘었다. 15년간 15배가 늘어난 셈이다. 현재 아세안은 중국의 제4위의 수출시장이면서, 제3위의 수입시장이다.

베이징= 진세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