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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심회' 쟁점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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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검찰 고위간부는 30일 '일심회' 간첩단 의혹사건과 관련해 "김승규 국정원장이 말한 것처럼 수사팀은 사건 관련자들이 간첩 행위를 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수사가 초기 단계여서 구체적으로 이들이 어떤 간첩 행위를 했는지를 밝힐 수 없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장씨를 제외한 4명의 피의자들은 단식을 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하면서 간첩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도 진술 일부를 번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왜 회합.통신혐의로만 구속했나=검찰은 장씨 등 5명을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한 혐의(국가보안법 8조 '회합.통신')만 적용해 구속했다. 간첩죄로 처벌하려면 보안법 4조(목적 수행)인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가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거나 중개"한 혐의를 확인해야 한다.

피의자 측 변호인들은 "수사 당국이 간첩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국정원과 검찰 측은 "수사 보안상 필요성 때문에 일단 회합.통신혐의로 구속한 것"이라며 "일심회 조직원들이 서로 간의 신분을 안 상태에서 '지령'을 주고받은 증거는 충분하다"고 밝혔다.

◆ 단순 접촉인가, 접선인가=이정훈(43).손정목(42)씨는 영장실질심사 등에서 "중국에서 한국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기는 했으나 사업가 등으로 생각했을 뿐 북한 공작원인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최기영(41)씨와 이진강(43)씨 등은 북한 사람을 만난 적도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정원 등은 5명 모두 비밀 장소로 알려진 중국 베이징의 '둥쉬화위안'을 다녀왔으며 북한 공작원임을 알고 '접선'했다고 반박했다. 한국인이 뜸한 베이징 외곽에서 북한의 대외연락부 비밀 아지트인 둥쉬화위안에 간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대외연락부 소속 부부장과 과장 등을 만난 것은 명백히 접선에 해당한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 과거 간첩단 사건과 다른 점=과거 북한과 연계된 조직들이 많이 쓰던 이름인 'XX전선' 'OO동맹' 등과 달리 일심회라는 이름은 뭔가 어색하다는 것이다. 조직의 최상층부 인사만 북한 측 인사들과 접촉했던 기존의 간첩 사건과 다른 것도 짜맞추기의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공안 당국은 "김정일에게 한마음을 다해 충성한다는 의미로 일심회를 구성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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