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방황 참신한 문체로 표백-장정일 『아담…』|치열한 역사 의식으로 박진감 넘쳐-조성기 『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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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소설에서 독자가 얻고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보다 깊이 생각해보는 한국의 작가가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양적인 면에서 결코 적다고 만은 할 수 없는, 일컬어 본격 소설들을 매월 발간하는 문예지를 통해 읽으면서 독자의 요구가 많은 부분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을 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작가들은 자신들에 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설이 작가의 체험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은 그 체험이 당대의 현실 및 사회적인 정황 속에서 상상력의 힘을 얻어 보편적 가치체계로 환원될 수 있도록 형상화 할 때 보다 감동적일 수 있다.
둘 째, 작가 개인의 이야기로 뒤덮인 소설은 독자의 요구보다는 독자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는 주제 의식의 과잉상태를 가져온다. 어떤 형대로든 그것은 서사정신이 있어야할 온당한 자리가 아님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소설이라 말해지는 작가의 체험이 오롯 담겨진 소설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당대 독자들의 삶과 단만, 역사와 현실에의 갈증을 적셔주지 못할 때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장정일의 중편 『아담이 눈뜰때』(문학정신·8월호)는 이 같은 우리의 생각을 더욱 심화시켜 준다. 이 작품은 19세를 전후한 청소년들의 정신적인 방황과 그들의 고뇌를 참신한 문체로 표백하고 있다. 일인 킹 소설인 이 작품을 읽으면 작가가 서술하고 있는 소설의 공간이 바로 작가개인의 체험적 고백에 다름아니라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재수생의 희망과 좌절,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에 이른 그들의 무절제한 성충동 등이 설령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소설로 짜여졌다고 해도 독자들은 소설 속의 「나」와 작가를 결코 분리해서 생각하기 힘들게 되어 있다. 한국교육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 후기산업사회의 퇴폐적인 문화공간, 말초적인 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있는 당대의 모든 현상들에 어떤 갈등과 그것을 통한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형상화하지 못한 곳에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도사리고 있다고 파악된다.
어느 작가도 이 같은 체험적 사실을 과감히 감각적으로 형상화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분명 이 소설은 문제작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소설에서 얻고자 하는 갈증을 보다 시원하게 적셔주지 못하고 있다는 곳에 아쉬운 웅덩이가 도사리고 있음을 지나칠 수는 없다.
조성기의 『우리 시대의 법정』(동서문학 8월호)에서도 이러한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권인숙 성 고문 사건을 정면에서 소설로 응전한 작가의 치열한 역사의식은 이 작품을 숨막히는 박진감으로 읽을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일인칭 소설이 가지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세계관과 역사인식의 시각이 작가자신의 것이면서 같은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 모두의 것으로 읽는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서사적 장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달리 말한다면 작가자신의 체험의 폭과 깊이를 바로 독자들 자신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구성상의 장치를 했다면 더욱 감동적일 수 있었을 것이라 판단된다. 【김선학<문학평론가·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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