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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정중동(북경으로 달린다: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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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남북대결 종목에 배수진/복싱등서 「금」 10여개 각축/8월이후 실전능력 평가 3단계 훈련 마무리/제11회 아시안게임
「북한은 초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전혀 엉뚱하지는 않을 것 같다.
북경에 불어닥친 한국바람이 거셀수록 「형제나라」(중국)에서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스포츠 「대결」이 남북한간의 체제경쟁 의미로까지 흔히 확대해석되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은 각종 국제규모 경기대회에서의 실적이나,객관적인 전력평가에서 한국에 비해 확연히 열세에 놓여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은 전례에 비춰볼 때 종합적인 메달레이스에서 뒤지는 한이 있더라도 종목별 직접 대결에서만큼은 반드시 한국에 이겨야 한다는 것을 주요목표로 삼을 것이다.
북한은 북경대회를 1년 앞둔 지난해 8월 극히 이례적으로 전국체육열성자회의를 열었다.
체육부문에서 당면 주요시책의 추진방향 선정및 이의 실전방안 토의를 목적으로 한 이 회의는 북한의 가장 큰 체육인 행사의 하나로 49,69,85년에 이어 북한 정권수립 이래 네번째로 열렸는데 정무원 부총리 정준기,국가체육위원장 김유순등 당정 고위인물들과 체육위부위원장 박명철,조총련체육대표단 등 33명의 분야별 대표들이 모두 참석해 북경대회대책을 중점적으로 논의했고 이와관련,당중앙위에 바치는 「맹세문」까지 채택했다.
이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 「전력강화비책(필책)」에 따라 북한은 지난해 11월께부터 3단계에 걸친 강화훈련을 실시해왔다.
북한측에서 보면 성사여부가 어찌되든 손해볼 것 없는 단일팀 구성을 위한 체육회담이 진행되었던 1단계(89년 11월∼90년 3월) 기간동안 북한은 선발전에 대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각종 국제대회에 선수들을 출전시켜 실전경험을 쌓게 했다.
스웨덴 오픈탁구대회(89년 12월ㆍ욘코핑),제8회 아시아육상선수권(89년 11월ㆍ뉴델리),제25회 세계체조선수권(89년 11월ㆍ서독 슈투트가르트),제14회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90년 3월ㆍ싱가포르),90바르나 국제역도대회(90년 4월ㆍ불가리아) 등이 그것인데 이중 처녀출전한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를 제외하면 평균 2∼3개의 금메달을 따내는 좋은 성과를 올렸다.
남북 체육회담이 결렬된 직후부터 시작된 2단계(4∼7월)에서는 5백여명의 대표선수를 잠정 선발해 「1백20일 강화훈련」으로 훈련량을 종전의 2배로 늘렸고 특히 사격ㆍ역도ㆍ레슬링ㆍ복싱ㆍ탁구ㆍ여자체조ㆍ유도 등은 메달박스로 판단,집중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8월이후의 3단계는 각종 연례 초청대회를 집중 개최,실전능력을 평가토록 하는 마무리 훈련으로 삼고 있다.
모두 27개 정식종목중 21개 종목에 걸쳐 6백10명의 선수단을 파견하는 북한의 종목별 금메달 목표는 ▲사격 5 ▲역도 4 ▲복싱 4 ▲탁구 2∼3 ▲레슬링 2∼3 ▲유도 2 ▲육상 1∼2 ▲체조 1 ▲기타 1∼2개로 모두 22∼26개에 이른다.
문제는 북한의 중점종목이 대부분 한국과 겹치는 데 있다.
세계 최강 중국과 팽팽한 균형을 이루는 탁구에서는 스웨덴 오픈을 석권한 이근상이 이끄는 남자단체를 비롯,단식ㆍ여자복식 정상을 차지한 유순복­이분희조가 상대적으로 유남규 현정화뿐인 한국에 비해 월등한 우세를 보이고 있다.
역도에서는 67.5㎏급에서 세계신기록을 보유한 김명남(90바르나)을 비롯,56㎏급 이영조,60㎏급의 이재선 등 중량급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형근(90㎏급) 황우원(1백㎏급) 김태현(1백10㎏이상급) 등 중량급을 노리는 한국과 독자적으로 중국과 대결할 전망이다.
레슬링의 경우 그레코로만형에서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우세를 보인 반면 자유형 57㎏급에서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김영식외에 한국의 김종신과 1승1패를 기록한 48㎏급의 이학선,52㎏급의 김순철 등이 경량급에서 금메달을 다툴 전망이다.
북한 사격은 전통적으로 강하며 이번에도 여자권총(백정숙ㆍ김정식)과 스키트(박정란ㆍ김윤섭)부문의 금메달은 거의 확정적이다.
한국과 늘 각축해온 복싱에서 67㎏급의 민남현은 적수가 없을 정도고 48㎏급의 김덕남은 한국의 양석진과,54㎏급의 이영호는 이창환과 각각 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국이 60여개의 금메달로 종합 2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반해 북한은 남북이 각축하는 10여개의 금메달에 총력을 쏟으리라는 예상이 유력하다.
한편 한ㆍ중ㆍ일 등 주변국에서는 북한이 최후의 순간에 가서 불참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추측이 끈질기게 흘러나오고 있어 중동사태만큼이나 아시아 스포츠계에 촉각을 자극하고 있다.<김인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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